Exceptional Case

오늘 exceptional case라는 표현을 들었다. exceptional case를 목표로 삼으면 안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살면서 뭘 할까,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들 고민하고 방황한다. 이룬 것도 없는데, 심지어 뭘 이룰 지에 대한 지향점조차 모호한 이 어정쩡한 시점에 쉽게 하게 되는 생각 중의 하나가 ‘어떤 멋진 걸 만나게 되면, 그걸 목숨바쳐 팔 것이다’ 이런 거다. 결혼도 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에라 이 여자 저 여자 만나 보다가 정말 괜찮은 여자를 만나면 결혼을 할 것이다. 이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외 케이스를 목표로 삼으면 현실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는 얘기였다.

순간, 많은 생각이 덮쳐 왔다.

일단 내가 뭘 이루었나. 이루지 못했기에 더욱 예외적 케이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 회사 생활이 불만족스러울 때, 갑자기 세계 배낭 여행을 하겠다거나, 어학 연수를 가겠다거나, 갑자기 전혀 생뚱맞은 분야의 대학원에 가겠다는 후배들 역시 거기에 혹시 뭔가가 있지는 않을까 라는 미지의 예외 케이스를 찾는 마음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순수한 욕구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회사 생활에서 성과를 못 냈는데, 여행을 간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밥법이가 없어 로또에 기댄다든지,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린다든지 등등.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룬 것 보다는 찾아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나이가 많은 게 걸린다. 이런 걸 하다 보면, 어떤 걸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위태롭게 넘어오며, 분명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명쾌한 목표라기 보다는, 그 순간 내가 속했던 구체적 현실속에서 지금 이래서는, 이것만 가지고는 안되겠다, 수준의 문제 의식에서 그렇다면 뭐가 필요할까를 채우고 싶었을 뿐. 캄캄한 밤하늘의 단 하나의 북극성처럼 명확한 지향점이 있어, 누가 나에게 “넌 뭐냐?”라고 물어봤을 때 자신감있게 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향점이라 하기에는 추상적이다. 문제는, 그 추상이 이미 구체화되어 있어야 할 나이에 아직도 미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하고 여름 방학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초딩적 마음이랄까. 불안한 스탠스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건 있다.

누군가 질문했을 때 그렇게 대답은 못할거다. 나도 짬밥이 있는데, 그런 모호하고 추상적인 입장을 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지는 못할거다. 하지만, 내 마음 속으로는 뭔가 있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을거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하지만, 그게 뭔지에 대해서, 먼 훗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세상의 그 누가 아닌,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뭔가를 한 후에나 가능할 테니, 더더욱 그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그렇지. 이런 거 였잖아. 그래서, 그때 그렇게 했고, 그래서 결국 이걸 한 거잖아.

어쨌든, 요즘 완전 폭격이다…질문들이 쏟아지고, 다 소화를 못 시켜 꺽꺽대고 있다. 오물오물 조금씩 씹어서 삼켜가다 보면, 언제가 이 넘치는 밥 그릇도 다 비우는 날이 오겠지. 그 날엔 더욱 튼튼해져 있으리라. 결국, 밥심이니까. 그러니, 어렵다고 밷지말고 조금씩 씹어보자. 어려운 맛도 좀 멋있게 음미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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