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를 기다리며

선주가 18번홀 버디펏을 마친 순간, 지애가 뛰어나와 생수 세례를 퍼부었다. 지애는 신나서 펄쩍펄쩍 뛰며 물을 뿌리고…선주는 뚱하니 물맞다 이제 그만하라며…그렇게 흐뭇한 풍경으로 선주는 JLPGA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첫 승을 거뒀다.

조금만 경기가 안 풀려도 신경질이 나 삐죽대는 표정이 바로 드러나 비호감이었던 선수. 거리만 나고 정교함과 멘탈 조절이 도대체 안되는 단순무식한 이미지. 근데, 왠지 난 점점 포커페이스의 노련한 선수들보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귀여워보였다. 그런데, 이제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지애와 미야자또 아이가 함께 출전한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침착하니 잘 풀어갔고. 멘탈과 정교함이라는 고삐를 갖추니, 미친 말처럼 날뛰던 ‘거리’는 어마어마한 무기로 돌변한다.

호주에서 열린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카리 웹이 우승컵을 거둬갔다. 무려 26언더. 파이널 라운드에서 11언더파, 61타로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 7번 홀 샷이글을 포함해,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9개. 경이로운 경기였다. 그냥 문제와 정답을 미리 머리 속에 다 넣고, 시험문제를 푸는 학생같았다.

실제로 이 코스는 카리 웹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코스고, 이미 6번 우승을 했다고 한다. 이번이 7번째 우승. 작년 J골프 피닉스 인터내셔널에서 챔피언 펏을 마치고, 그린에서 눈물을 펑펑 쏟던 카리 웹의 모습이 떠오른다. 웹, 세리, 소렌스탐 LPGA 트로이카를 이끌던 한 때의 여제.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어린 (한국) 선수들에 밀려 주목 받지 못했었다.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었던 그 2년간 그녀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일본, 호주 양국에서 열린 국제 경기였지만 중계와 리더 보드만 보면, KLPGA에 외국 선수들 초청해서 하는 경기같았다. 특히, ANZ에는 2등한 이보미를 비롯, 서희경, 유소연…올해 치열할 KLPGA를 기대하게 한다. 다들 안풀린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너무 잘들 하더라. 다들 파이널퀸이라 파이널에서 타수들도 많이 줄이고. 이런 쟁쟁한 선수들이 줄서있는 KLPGA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경기가 매주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 흐뭇할 뿐이고.

다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KLPGA선수는 이정은5. 엉뚱발랄 과감하고, 뒷끝없는 대인배스러움을 두루 갖춘 그 아이의 개성이 나에겐 매력만점이다. 그래. 골프가 뭐 꼭 심각할 필요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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