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 그 모든 흥행카드의 실종

골프의 월드컵, 세계 최고 메이저 150주년 기념 대회고
골프의 성지, 세인트루이스 올드코스에서 벌어졌고
이런 의미때문에 이혼 소송 중이라고 알려진 타이거가 그 모든 부담을 안고도 출전을 결정했으며
모든 잘나가는 클래식 탑랭커들이 모두 출전했으며
리키 파울로, 이시카와 료, 로이 맥길로이, 노승렬 등 싱싱한 영건들
한국 골프의 양대 산맥 최경주, 양용은을 비롯 울 김경태, 나상욱도 이 대열에 동참했으며
J골프는 전례없이 중계팀으로 바꿔가며
전라운드 생중계 (40시간 @.@)의 파격적인 편성을 시도했다.

덕분에 그 쟁쟁한 선수들이 호스트의 소개와 함께
티샷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시간대도 매우 괜찮은 저녁 7시대부터
하루에 10시간씩 방안에 편안히 앉아 디오픈질을 할 수 있었으며,
남아공의 무명 루이 웨스트호이젠이라는 최대 이변의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참으로 지루한 4일간의 40시간이었으며,
더욱 흥미진진해져야할 파이널 라운드로 갈 수록 더더욱 그러했다.

골프란 직접 하는 것에도 가공할만한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중계를 시청하는 것조차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디 오픈’ 챔피언십.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드레날린 솟구쳐 오르는 클라이맥스의 순간을 기대했지만.
골프는 그런 천박한 드라마가 아니라
끝없는 인내의 순간순간임을.

다시금 골프 앞에 무릎꿇으며
이번 디오픈에서 사라졌던 몇 가지를 짚어본다.

드라마의 실종

로리 맥길로이, 첫날 63타 1위 (메이저 최소타 타이)
존 댈리, 첫날 66타 공동 3위
타이거 우즈, 첫날 67타 공동 5위
양용은, 첫날 67타 공동 5위

여기까지만 봤을 땐, 좀 재밌을 것 같더만
로이 맥길로이군 일찌감치 2R 80타(-_-;;)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필두로
2R에서 모두들 흔들흔들

무빙데이에서는
이미 타이거니 필미켈슨이니 우승권에서 저~만치 멀어져있었으며
중계자들은 웨스트호이젠인지 우스티젠인지 그냥 잠깐 잘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 남아공 남자의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심지어 파이널에서의 중계는
웨스트호이젠은 이미 4타차로 저만치 선두.
여유만만한 안정적 플레이.

그나마 4타차로 따라붙어 기대를 걸었던 폴케이시,
전혀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첫 홀부터 붙여 놓고도 숏펏 놓치고,
모든 골프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로 행동,
‘셋업에서 시간 끌기’를 계속하며 경기의 흐름을 끊고.
그저 그렇게 혼자서 무너지는 모습으로 앞서가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FR 중계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이어져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여주다가
만년 2위 리 웨스트우드가 그 특유의 낑낑대는(?!..죄송),
정말 열심히 하지만 재미없게 하지만 차곡차곡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헨릭 스텐손이나 기타 선수들 잠깐잠깐 삽입.

아무런 스토리(반전, 추격, 이변, 경쟁)를 만들지 못하고
한 홀 한 홀 진행만 계속 되는 형국이었으니.

보다가 결국 잠들고…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지막 17, 18번 홀.
전혀 바뀐 것 없이 그 분위기 그대로 우승 확정.

FR 챔피언조 성적 웨스트호이젠이 71타, 폴케이시 75타
안 봐도 상상가능한 경기 흐름…쩝

스타 플레이어의 실종

퍼터까지 바꾸어가며 경기에 임했던 타이거 우즈 3언더,
필 미켈슨 1오버, 어니엘스 컷탈락, 최고령 탐왓슨 컷탈락 및 은퇴

그 외 기타 익숙한 이름들의 실종
어니엘슬, 까밀로 비제가스, 이안폴터, 가르시아, 짐퓨릭
고만고만한 성적으로
1,2R에서는 그나마 카메라가 따라갔지만
타수 차가 너무 나니까 아무리 스타라도 화면 배분이 점점 적어지면서
어느새 사라져 버린 이름들.

작년 탐왓슨, 재작년 그렉 노먼이 보여줬던
노장의 투혼도 올해는 실종

그나마 FR에서 선전한 이름들이 흥미롭다.
알바로 키로스(FR 5언더), 리키 파울로(FR 5언더), 로리 맥길로이(FR 4언더),

자연과의 도전 실종

디 오픈은 ‘자연과의 도전’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심한 바람에 선수들의 바지가 휘날리고 샷들이 꺽여나가는 풍경들이 연출되지만
….올해 완전 약했다.

‘도전’이라는 이름이 걸맞는
거센 바람 정도가 아니라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억센 러프
금세 폭풍이라도 닥칠 듯 먹구름으로 어두침침한 하늘.
선수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2번, 3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바람에 쓸러져 나갈 듯 셋업하며 모자를 추스르며 중심을 잡고 등등

이런 거 없었다.

바람은 좀 불었지만, 디오픈스럽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분위기.
그저그런 샷들.
(아마에서는 신들린 샷이지만, 프로계에서는 감동스럽지 않은)

이것은 도전인 것도 아니고, 도전이 아닌 것도 아니여~….쩝

하이라이트의 실종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 홀인원, 이글쇼, 기막힌 칩샷버디, 숨막히는 롱퍼팅 성공

2010 디오픈 하이라이트
: 그린 미스, 숏퍼팅 놓치는 장면, 벙커에서 두 세 번씩 탈출 못하는 장면(양용은 트리플보기)

전문 중계의 실종

J골프, 정말 안 볼 수 없어 본다.

이렇게 별 ‘꺼리’없는 경기를 인당 5시간씩 중계 하다보면 뭐 할 말이 그닥 많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전문 해설가인데
경기 흐름과 전혀 무관한 멘트
컨텐츠의 부재 (하나마나한 상황 설명)
너무 졸린 목소리.
심지어 아나운서가 더 알찬 멘트하고. 누가 해설자인지 아나운서인지 분간이 안되는.
헛소리로 해설자가 사고치면 아나운서가 센스로 수습하는 형국.

메이저 명성에 걸맞는 중계는 언제쯤?
SBS골프가 중계권 회수해 가야 가능해질 것 같은데.

코리안 탑랭커의 실종

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스트로크를 하는 괴상한(?!) 퍼팅 자세 화제를 모았던 최경주,
(사이드 새들이라고 한단다)
아직은 부적응인지. 컷오프
노승렬 컷오프, 양용은 컷통과 하지만 FR에서 거의 최하위 추락.
김경태 1오버 무난한 경기력 입증.

아마추어로 정연진이 그나마 아마추어 1위로
아시아 최초 실버메달을 땄다는 거.

국산 아마추어 애기 골퍼 하나가
중계 중간 중간 준수한 자태와 스윙을 보여줬다는 거.
사막의 오아시스인 양, 그나마 위안이었다.

@ 번외 : 퍼터 이야기

가장 쇼킹했던 뉴스 중 하나는 타이거 우즈의 퍼터 교체
디 오픈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하게 만든 스카티 카메론을 버리고
13년 만에 Nike Method? 듣보잡 퍼터로 교체.

이유는 “그린이 너무 느려서” (-_-) 란다.
(나이키 메소드는 볼이 퍼터 페이스에서 아주 빠르게 튀어나간다고…아마추어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메카니즘)

하지만, 그 결과는?

보통 우승권에 들려면 경기당 퍼트수가 30개 미만이어야 한다는데
첫날은 67타를 쳤지만, 32개의 퍼팅을 했고
(롱게임 35개 쳤단 얘기…파3 4개 빼면, 홀당 1.7개 ㅎㄷㄷ)
둘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32개의 퍼팅을 했으며,
3라운드에서는 무려 35개의 퍼팅을 했다.
심지어 18번 홀에서는 드라이버 티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쓰리 퍼트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타이거를 무릎꿇게 한 나이키 메소드
아마 골퍼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퍼터로 남지 않을까?
아무리 타이거가 온갖 인터뷰마다 디오픈 퍼팅 난조는 퍼터때문이 아니라고 해명을 해도 말이다.

다음에도 이 퍼터를 들고 나올지 (계약관계때문에 그렇게 될 것 같긴 한데)
또한 최경주도 계속해서 그 민망한 퍼팅 방법을 유지할 지.

퍼팅은 프로에게나 아마에게나, 100돌이에게나
모두 어려운 숙제!

@ 이 와중에…

JLPGA 스탠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안선주양이 일본투어 100승 달성!
이거 마지막날 안 봤는데 힝~

===

타이거가 복귀하고, 지지부진했던 탑랭커들이 신들린 듯 경기력을 보여줬던
마스터즈와 마~이 비교됐던 디 오픈 2010

Adios~ 그래도, 내년엔 좀만 더 재밌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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