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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long long 축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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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출장 최대의 성과

헤비한 스케줄로 점철됐던 출장 마지막 밤,

같은 팀들과 아카사카의 아일리쉬 펍에서 뒷풀이 겸 술 한 잔 하는데
왠 맛간 금발머리 블루스 싱어라는 넘이 우리 테이블에 와 아는 체를 한다.
(아일리쉬 펍의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되는 가축적 분위기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

사교성 넘치는 우리 교주께서 스스럼없이 말 한 마디 거신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London.

홋 런던? 런던~!!

뒤에서 뭐가 알짱거리거나 말거나 돌아보지도 않고
새침하게 보드카 크랜베리를 홀짝이던 유진이가 ‘런던’이란 한 마디에 귀가 번쩍 뜨인다.
런던…….아스날!

“Which soccer team do you support?”

“Guess~!”

앗. 설마. 혹시. 그럴 수도?! 그럴리가?!!

의자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놀랜 토끼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Arsenal~! Arsenal?”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Ye..Arsenal. I’m Arsenal fan.”

이 낯선 곳에서 아스날 팬을 만났다는 놀라움에 순간 핑그르르 돌면서
더 말도 잇지 못하고 뤼얼리? 뤼얼리…만 연발하는데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 유진이 완전 깨갱.

“Three generation”

ㅋㅋㅋ

3대째 아스날 팬. 도저히 난 쨉도 안된다. 어설프게 앙리니 피레스니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이 남자는 내가 닉 혼비의 ‘Fever Pitch’에서 글로나 읽었던
찰리 조지니 밥 윌슨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런던의 하이베리 구장에서 직접 봤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이다.

서너 살 먹었을 적부터 경기가 있는 날마다 할아버지, 아버지와 모여앉아 아스날을 응원하며
오늘의 아스날 전력 분석을 온 가족의 밥상 머리의 화젯거리로 삼으며 커 왔을…오리지널 런던산 아스날 팬.

그렇게 놀래는 내가 재밌어 보였는지, 이 남자 부시럭 부시럭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아스날 키홀더.
꺄으윽.

저걸 보았을 때 내 마음 속은…욕망과 사심의 극치 ㅋㅋ
그게 오죽 눈에 보이게 뭉게뭉게했으면 첨 보는 여자애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자기 열쇠를 풀어 건넸을까.
(열쇠가 아니라 고리를….. -_-;;)

키홀더를 받아들고 냉큼 자리로 돌아와 업 된 기분으로 신나서 술을 먹다가
나갈 시간이 되어 바이바이 인사를 하자, 그가 내게 말한다.

“I can see truth on your face”

하하 너도 눈 높구나. ㅋㅋ

실상 그가 본 내 얼굴의 진실이란 “나 그거 갖고 싶어”라는 뻔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진실(-_-;;)이 잘도 드러나는 표정 관리 능력 부재 탓에 살면서 무수히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그 덕에 아스날 키홀더 하나를 얻었다.

대차대조표에서의 시소의 각이 급격히 줄어들려고 한다. ㅋㅋ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은 내가 직접 대면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아스날 팬이다 -_-;;

# 아스날, 아스날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스날은 독보적이다.

2위(첼시, 맨유)와 승점 9점 차이의 1위 ㅋㅋㅋ

챔스에서는 셀타 비고와의 원정 경기에서 3:2 승.
이제 챔스의 저주가 풀리려는겐가?

그런데 결정적으로….리그전이건 챔스건 내 눈으론 한 경기도 못 봤다.
시간이 하나도 맞지가 않았다.
제 아무리 아스날 팬이건만, 먹고 사는 밥벌이의 문제가 요즘처럼 압박할 땐 정말 꼼짝마 버전으로 노예선 젓기 모드를 유지하기도 벅찬거다.
축구 사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챔스 리그에는 일을 안 하고 놀든가
새벽 경기가 있는 날에는 강제로 회사를 쉬게 하든가 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ㅍㅍ

하기야 보고 싶은 게 아스날 경기 뿐이랴…더 많이 보고 싶은 것도 못 보고 사는데.
심지어 아무런 영화 한 편도. (덜투덜투)

묵묵히 저어가자. 어기여차 뱃노래 부르며~~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긴 노예선이 아니야.
난 고귀한 귀족 집안의 딸인데, 잠시 체험 삶의 현장의 녹화를 위해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 뿐이야.

호호..

# 챔스 리그

맨유와 FC 포르투, 레알과 바이에르 뮌헨
달랑 두 경기를 봤다. 달랑 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두 경기 챙겨 보기에도 정말 시간을 쪼개기 힘들었다.
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봤다기 보다는, 운 좋게 시간이 맞아서 봤다라고 해야겠지만.

맨유의 경기는 나른했다. 맨유가 졌다는 사실, 소문 무성했던 사하라는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봤다는 정도.
C.호나우두도 처음 데뷔전의 충격을 이어가지 못하는 듯 보였다.

새로운 발견은 바이에르 뮌헨이었다.

유진이의 취향이 워낙에 독일 계열의 모든 것과 궁합이 별로여서 (취향을 가장한 편견일수도)
축구에서도 분데스리가 쪽엔 도통 관심이 없었건만

홈에서 레알과 붙은 뮌헨의 경기력은 그라운드를 터져나가게 할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와 강인함의 분출이었다.
정말 강하다…무시무시할 만큼 강하다.
시도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파워풀한 중거리 슛들은 방에 앉은 나까지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경기장은 어땠을까나.

자신감이랄까, 의지라는 것은 이렇게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형상화되어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난 이런 경기를 보여주는 팀에겐 무한표를 던다. 그것이 설사 나랑 안 친한 독일팀이라 할지라도.

발락이 월드컵 때 본 그 발락 맞나?
독일 국대의 흰 유니폼은 왠지 젊은 남자들의 터프한 매력을 곱상화시켜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붉은 뮌헨 유니폼을 입은 발락은 터프하고 사내답고 확실히 그 때랑 달라보였다.

골 문 앞의 테크니션 로이 마카이…어찌 저런 나른한 선수가 최전방에 섰을까 싶게 허허실실 이건만
지난 시즌 호나우두가 버티고 있는 라리가의 득점왕이었으며,
또한 현재 챔스리그에서 득점 1순위(???정확친 않지만) 뭐 할튼 그 비시무래 하단다.
이런 애들 무섭지………….. 그 뭐냐. 슬램덩크에서 나왔던 능남의 윤대협같은 그런 캐릭터들.
로이 마카이는 윤대협보다는 더 친근한 인상이긴 하지만.
윤대협 = 제임스 딘

칸은 많이 늙었더라.
월드컵 때와는 또 다르게, 더 많이 늙어버렸다. 워낙 주름 깊은 얼굴이었지만, 이번엔 그 주름의 패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평범한 골도 알을 까 버리고….
하지만 지금도 입을 열면 어떤 의미를 가진 말 대신 우워워워~~ 하는 고릴라의 소리가 나올 것만 같은 건 여전하다.

후반 교체되어 나온 축구계의 최고 꽃미남, 그라운드의 원빈 ‘산타크루즈’도 간만에 반가웠다.
어쩐지 유부남이 되서 그런지 앳띈 미모는 가시고, 제법(ㅋㅋ) 사내티가 날라구 한다.
플레이는 뭐 특이사항 없었는데 웃겼던 거.

산타 크루즈가 공을 잡자 해설 보시던 임주완 아저씨

“아 네 산타클로습니다…”

보다가 웃겨서 뒤집어 지는 줄 알았네.

지단이 마르세이유 턴인가 하는 멋진 것도 보여주고
카를로스의 스피드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폭발적이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그 특유의 물 흐르듯 유연한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저만큼의 기백으로 몰아치는 상대 앞에선 뚝뚝 맥이 끊겼다.
마치 지난 챔스 4강전 때 유벤투스와 붙었던 레알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뮌헨은 그렇게 잘해놓고도 홈경기에서 골 넣고 비겼기 때문에
현재 상태론 레알이 훨씬 유리하단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어웨이 경기에서도 뮌헨, 레알에게 별로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이 사내들은 똘똘 뭉쳐 꼭 이겨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으니까.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여기서 이긴 팀과 아스날이 붙게 될테니~!!

# 내가 바라는 챔스 4강

유벤투스, 아스날 : 필수

레알 마드리드 : 이유불문, 어떤 순간에 뭘 보여줄 지 모르는 이 최고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못 본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라이언 긱스라는 선수 때문이다. 아스날 팬인 내가 맨유까지도 응원하는 패러독스에 빠져버린 단 하나의 이유.

2 comments on “간만에 long long 축구 이야기”

  1. 안녕하세요.다음에서 심심해서 띠에리 앙리로 검색해봤더니 웹페이지가 나와서 구경했는데.아스날 팬이시네요.ㅎㅎㅎ
    다음에 있는 아스날 카페 가입하셨나요? 아스날카페는
    벵거교수님이 이끄는 아스날의 팀컬러를 닮아 아주 친밀하고
    가족적이랍니다.ㅎㅎㅎ다음 정모때는 기대되는 맨유와의
    라이벌전을 단관할지도 모르니 가입하셔서 정모 오시면 좋을듯.
    헤헤 축구는 같이볼 수 록 신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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