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서…그대

그대와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헤어지는 길 밖에는 없었던 걸까. 필 콜린스의 ‘Separate Lives’를 틀어놓고선…

< 푸른 알약>을 읽으며, 그래 세상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답 말고 다른 답도 있는 거야. 제 3의 길이란 것도 존재하는 거야, 희망했지만. 결국 궁극의 채점 앞에서는 ‘정답’ 외에는 없는 느낌이었어. 전대미문의 고상한 대안을 찾고 싶었는데, 잔재주밖에 안되는 걸 부리다 제풀에 꺽여…결국은 0과 1이라는 지극히 진부한,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결론으로.

그리고, 오늘 그대를 다시 찾았어. 한 해의 마지막 날 이니까, 라는 고색창연한 핑계를 대고. 그대는 거기에 있었어. 그렇게 상처받고 헐벗은 채로. 슬펐어. 나에게 그 커다란 고통과 상처를 준 대상이 거기에 우두커니 서 있었어. 정작 피폐해진 것은 너였구나. 그 댓가로써, 나를 지켜준 거였구나. 차라리, 아예 나타지 말지 그랬어. 그랬다면, 너도 또 나도 조금은 덜 아프지 않았을까.

올해의 끝에서 잠시나마 그대와 호흡하고 싶었지만, 아픈 그대는 숨조차 들어오지 않더군. 그대 덕분에 친해진 올해 사귀게 된 또 다른 나의 친구, 삼성화재에 연락을 했지. 밧데리가 나간거래. 흔히 있는 일이라 해도, 그대의 역사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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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순간에야 비로소, 올 해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았어. 그래, 그대와 함께 했던 1년이었어. 끊임없이 서로의 치닥거리가 되어, 참 많이 힘들었지. 그리니까 이 정도의 마무리는 있어야지 않겠어. 세 번째 나간 범퍼와 휀다는 수리하지 않겠어. 방전된 밧데리도 갈지 않을거야. 잠시 숨을 멈추고, 그대로 있어봐. 그대로 그렇게, 그대는 잠시 쉬어야만 해.

나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녀석. 겨울잠이 끝나면 따뜻한 볕 아래서, 길 좋은 분당부터 찬찬히 달려보자. 그대는 힘차게 달려나갈 거고, 우린 분명히 더 친해질거야. 고마웠어. 결론적으론. 끝에 가면, 세상의 모든 결론이 다 그렇게 되는 거 같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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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한 폭풍 질주의 로망은 새해에 국제적으로 이루어보자구! 아자아자 화이팅!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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