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미국 – 라스베가스

# 질문
첫 날, 버스 옆자리에 앉은 LA에서 사업 한다는 미국 아저씨가 묻는다. “Do you like it, Las Vegas?” ”
“I don’t know it yet. I just got here.” 내 어조는 흥분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묻고 싶었는지, 떠보는 듯한 미묘한 말투에 어떤 뜻이 담겨있었는지 여기서 5일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사업차 라스베가스에 수도 없이 왔다는, 그래서 이 각종 휘황한 테마와 쇼들도 치장된 이 도시에서 트럼프 호텔이 그나마 있을만 하다고 한 그 사람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역시, 5일 후의 나처럼 이 도시를 지긋지긋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견딜수 없는 living las vegas, 그래서 leaving las vegas.
# 미국
미국에 처음 왔다. 대사관에서 가서 긴 줄을 서고 얼마 안되는 자산과 신분의 안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들을 제출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어 인터뷰를 보고서야 비로소 받을 수 있었던 미국 비자를 받은지 꼬박 6년 후. LA도 아니고 뉴욕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나 실리콘 밸리도 아니고 라스베가스로. 떠오르는 것은 카지노, 그리고 영화 < 벅시> 아넷트 베닝에게 열렬하게 외치던 워렌비티. 바로 여기에, 이 사막에 최고의 호텔을 세울거라던.
그리고 내가 아는 미국 사람들…사라 제시카 파커, 안젤리나 졸리, 마이클 잭슨, 오프라 윈프리, 케네디…
# 양극화
CES는 세계적인 행사다. 그런데, 행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안내원들은 많다. 친절하게도 ‘Ask Me’ 뱃지를 붙이고 서성이는 사람은 너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일처리는 어딘디 굼뜨고, 일관성이 없고, 내가 궁금한 것들을 답해주지 못한다. 컨퍼런스 장을 들어갈 때도 누군가는 바코드를 찍자 하고, 누군가는 카드를 보여달라고 하고, 누구는 스티커를 보자한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제법 엄격한 채를 하고 있지만, 표준이 없는 그들의 행동은 ‘척’일 뿐이었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행사장 위치 가이드 이상을 답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몸집은 비대하고, 눈빛은 유리알을 박아놓은 듯 틈이 없고, 인텔리전스의 레이어는 얇아 보인다. 어쩐지 사람이라기 보다는 가축들 같다,,,
반면, 컨퍼런스의 발표자들은 전형적인 그들이다. 데이빗 레터맨쇼에서 봤던 것 같은, 조지 클루니가 대표하는 특징(미남이라는 것을 제외하고)을 가진 수많은 변형들…교육이 가치재가 아닌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극단적 양극화일까? 미국에서는, 아니 라스베가스에서는 피부색만큼이나 분명하게 계급의 차이가 보였다. 하기야, 울나라는 아닌가 모. 내가 요즘 여러가지로 가장 많이 실감하고 있는 것.
# 민폐
라스베가스로 가기 위해 하와이 경유하면 가장 놀랬던 것. 대한항공에서 스탑오버해 탄 하와이안 에어라인에서부터는 분리수거가 없다. 쓰레기같은 기내식을 주고서는, 차마 내 입으로 넘기지 못해 다 남긴 음식을 패키지와 함께 그냥 쓰레기 봉투에 담으라고 승무원들이 쓰레기 봉투 입구를 열고 돌아다닌가. 경악스러웠다. 라스베가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엄청나게 쳐묵쳐묵하고선 그냥 갖다가 통으로 쓰레기 통에 넣는다. 음식물 조차도 분리하지 않는다. 땅덩어리 좀 넓다고 이걸 다 그냥 가져다 묻는단 말이지. 이 보다 더 무개념일 수 없다. 갑자기 난 마이클 무어의 눈으로 미국을 보게 되었다. 하기야, 무어는 미국에서의 삶에 대한 미국의 무개념에 대해 말했지. 이 땅의 이방인인 나는 지구에 대한 미국의 무개념을 본다. Enviromentally Incorrect. 지구에 대한 민폐의 종결자.
# 벳팅
바로 옆 카지노에 붙어있는 피아노 바에서는 그나마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피아노 바’ 서로 마주 보고 붙어있는 두 대의 피아노에 두 명이 마주보고 연주를 한다. 자리에 앉더니 아주 멋진 빌리조엘의 ..를 때려준다. 하지만, 이 바의 본론은 멋드러진 첫 번째 연주가 끝난 후에 시작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주자들은 토크를 시작하는데, 이 토크란 것이 ‘멋진 미국’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는 Born In the USA를 짧게 연주한다. 그리고선, 다 듣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부추킨다. 애국심에 충만한 뜨내기 손님 중 하나가 피아노 위에 놓인 병에 지폐를 넣는다. “5 dallas?” 연주자는 짧게 두 소절 정도를 연주한다. 유머있게 거들먹거리는 그 태도는 토크쇼에서 많이 본 스타일. 그 다음은 돈 잔치다. 라스베가스로 와 뜬금없이 미국의 멋짐이 사로잡인 관광객들은 다투어 병에 지폐 다발을 넣는다. 그리고 연주와 함께, 열심히 합창한다. 이것으로 자신이 이 멋진 미국의 일원임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어 하듯이.
시작은 이제부터다. 마주 본 연주자는 이번에는 살짝 눈치를 보더니 풋볼보다 하키가 더 훌륭한 스포츠가 아니냐며 캐나다 인들의 성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나로선 알 수 없는 하키 노래를 연주한다. 물론, 누군가 그의 병에 지폐 다발을 넣지 않으면 연주는 완성되지 않는다. 하키 찬가가 연주되는 동안 미국애들은 우우 거리며, 다시 미국 찬양곡을 리퀘한다. 연주자들은 얼마의 돈이 걸렸는지 떠들어댄다. 당연히, 더 많은 돈을 거는 쪽이 연주를 얻는다. 어메리컨 vs 캐너디언의 자존심 배틀로 바뀐다. 이 미친 돈 배틀은 피아노 위에 놓인 돈 병이 가득찰 때까지 계속 되고, 연주자들은 병에 가득 찬 돈을 퍼담고 유유히 이 도시의 어둠 속으로, 불빛 속으로 사라진다.
술집의 라이브 연주마저 카지노에서와 다를 바 없는 벳팅의 형태로 변질되는 곳. 그 정신없으면서도 싸구려 차림새…어쩌면 큰 맘 먹고 이 도시에 휴가를 보내러 왔을 루저 분위기 풀풀 나는 그들은 알량한 애국심을 자극하는 재주많은 딜러의 꼬드김에 노동의 댓가를 아낌없이 갖다 바치고 있었다…..라스베가스. 모든 것이 돈 놓고 돈을 먹는 한 판 게임으로 바뀌는 곳.

# 소음
프론트에서 주의를 받은 것처럼 방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금요일밤엔 절정해 달했다. 호텔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 합창? 괴성에 세시 반까지 뒤척이다, 결국 옷을 줏어입고 거리로 나갔다. 반복되는 레퍼토리였던 Time of My Life와 Crazy in Love를 한 네 번쯤 듣고 난 후였다. 소음의 정체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미친 DJ가 완전히 뻔한 visitor 타겟의 음악을 트는 동안, 인간들은 그 앞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며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 풍경은 전혀 신나지 않았고, 지켜보는 나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이 도시의 음식들이 나를 거의 울고싶게 만들었던 것처럼.
# 카지노
카지노도 호텔마다 물이 틀리고, 잘 보면 그 안에서도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딱 봐도, 라스베가스에 온 게 신나서 떼거지로 블랙잭 테이블에 둘러 앉아 환호성을 내는 그룹 투어. …기계 앞에 앉아 새가슴에 1센트 5센트를 걸고 시간을 떼우는 관광객. 토킹이 주인지 도박이 주인이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옆 자리 사람과 대화를 즐기며 곁다리로 베팅을 하는 …그래서 선수로 보이는 이들. VIP난 전문 꾼은 외부의 출입이 통제된 private room에서 따로 즐긴다고 한다.
새벽 4시, 한 반백 아저씨가 앉아있는 것조차 힘든 듯 왼쪽 손으로 머신을 잡아 몸을 지지한 채, 고개를 반쯤 숙이고 쉴새없이 슬롯 버튼을 누르고 있다. 멋을 낸 관광객의 차림도 아니고, 환호성도 없는…슬롯 머신이 세탁기나 냉장고처럼 일상의 물건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본다. 이봐요. 왜 그러고 있어요? 좀 쉬지 그래요…해가 뜨면,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눕니까?

# 뱀파이어
이 도시는 뱀파이어 같다. 밤이 되면 밤을 낮으로 바꾸는 현란한 불빛이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들지만, 아침이 오고 진짜 해가 뜨면 그 모든 빛나는 것들은 어둠을 빼앗긴 뱀파이어처럼 힘없이 시들고 만다. 베니스, 뉴욕, 프랑스…세상의 모든 멋진 것을 다 갖다 모아놓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몇 번 놀고 나면 질려버릴 철지는 장난감이었다는 사실을 칠이 벗겨질 듯한 허접한 외양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다. 다 있지만, 다 가짜. 최고의 가짜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와 아이디어와 재능을 쏟아부었겠지. 이 거대한 자본주의 거탑 앞에서 나는 수 백년 전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던 열하의 한 마디를 읊조리고 있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천박한 가짜의 도시, 하지만 세계 최고 가짜’로서의 오리지낼리티를 주장하는 희한한 성취.
자본주의의 가능성과 아이러니에 대한 거대한 컬렉션. 무너져가는 거탑의 끝자락….건물들을 휘감은 번쩍이는 네온사인 앞에서 근거를 찾을 수도 없는 방언같은 말들이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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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나서 성장한 많은 사람들처럼 꽤나 미국 영화, 음악, 드라마에 빠져 살았는데. 미국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다는 것만 알고 왔다. 난 그 많은 시간을 무엇을 보고 듣고 했었던 걸까?

이색적인 컨셉과 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럭셔리 테마 호텔들

베네시안 호텔 Grand Canal –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곳

Always a Happy Ending …in LV

카지노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많다. 음료와 멋진 연주, 쇼까지도…
쇼를 하고 내려와서 다시 딜러보는 화끈한 1인 2역 능력자들.

파리, 베니스, 이탈리아, 뉴욕, 중동…세계의 모든 도시를 모아놓았다

불야성

지난 12월 15일 오픈했다는 코스모폴리탄 호텔. LV에서 가장 높다고.

문화적 쇼크를 느낄만한 현란한 크리스탈 인테리어.

하지만, 원 호텔 제작자(?)가 이 호텔 지으며 파산하는 바람에 현재 이 호텔은 도이치뱅크의 소유라고 한다.

스트립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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