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브(True Grit) – 하드보일드 러브스토리

더 브레이브(True Grit) directed by my favorite 코헨형제 (2010)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서부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인 자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당돌한 소녀, 마티(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모험의 여정을 따른다. 여기에, 전혀 반대의 성정을 가진 두 어른이 개입된다. 잔인하고 인정머리없기로 소문난 알콜중독 보안관 루스터(제프 브리지스)와 포상금을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살인자를 뒤쫓는 텍사스 경비대원 라뷔프(맷 데이먼)이다.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두 전문가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살인자를 쫓다, 결국 살인자를 눈 앞에 두고 추격을 포기하는 순간 오직 14살짜리 어린 여자애만이 그 앞에 다가가 총을 겨눈다.

영화의 제목, True Grit을 실현하는 마티는 < 레옹>의 마틸다를 연상시킨다. 아버지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총을 든 조숙한 소녀들. 이름부터가 마티와 마틸다다. 게다가 두 소녀 옆에는 그녀들을 결국 사건, 즉 잔인한 어른 남자의 세계로 들어오도록 허락하고, 그 거친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들을 보호하며, 끔찍하게 아끼는 굉장한 나이 차이의 아저씨들이 등장한다. 한물 간 킬러 레옹과 보안관 루스터. 많은 인간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직업을 연명한다는 공통점까지 있다.

사랑과 부정 사이의 경계를 줄타기하는 이들은 결국 결단을 내리고 복수를 완성시킨 후, 사력을 다해 소녀를 안전한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그 결과는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소녀는 그들을 땅에 묻어주고, 그 앞에 무언가 맹세하며, 살아 생전 평생 떠돌이로 살아야 했던 그들을 죽어서나마 간신히 지상에 뿌리내리게 한다. 남자는 소녀를 육체적으로 구원하지만, 소녀는 그들의 영혼을 구해낸다. 이런 식의 구원의 exchange는 오그라드는 로맨스와는 비교조차 수 없는 하드보일드한 여운으로 너무 많은 나이 차이가 나는 소녀와 남자의 영혼을 하나로 묶어낸다.

궤도에서 이탈한 괴팍한 캐릭터들과 장광설의 수다, 걸걸한 속어들. 사소한 개인의 디테일에 집착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결국엔 예상 밖의, 전혀 진부하지 않은 코헨식의 상식과 휴머니즘. 아무리봐도 전형의 코헨형제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아카데미 작품상씩이나 수상한 칭송 자자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접선하지 못했고, < 번 애프터 리딩>은 아예 보다 꺼서, 끝까지 보지 못한 최초의 코헨 영화로 등극했다.

‘문화적 차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보지만…쩝. 요즘은 코헨영화 볼 때마다 스티브 부세미와 존 터투로와 …존 굿맨!이 프레임에 엉키고 설켜 들락날락하는 코헨의 황금 시대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제프 브리지스만해도 < 빅 레보스키>의 더드…ㅠㅠ 아휴, 저 대책없는 인간들~~ 한숨이 절로 나오는 껄렁껄렁 엇박자 인생을 살지만 동시에 그 무대뽀 대책없음에 실실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든다.

< 더 브레이브> 역시 접선은 뒤늦게 이루어졌다. 서부극의 메인 스토리가 종료되고, 갑자기 뜬금없으리만치 이상한 수위로 박차올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루스터가 뱀에 물린 마티를 안은 채 종마 리틀 블랙키를 타고 황량한 서부의 낮과 밤을 뛰는 장면. 왜 이 텁텁한 먼지 투성이 복수의 서부극에 이런 서정적인? 감상적인?? 장면이 필요했을까?

마티를 데리고 다니는 내내 자신의 실패한 인생과 여인들을 복기하는 주절거림에 바빴던 루스터가 쓰러지며 남긴 마지막 말은 “난 이제 늙었어”다. 루스터는 그날 새벽 소녀가 눈을 뜨기 전 떠나가고, 독사에 물려 한 쪽 팔을 잃은 소녀는 ‘짧지 않은’ 1/4세기 동안 결혼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여차하면 추격자를 죽이는데 인색하지 않아 대놓고 공공의 적이자 필요악이었던 남자는 어처구니없이 서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쇼단의 일원으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남자는 그제서야 소녀를 부르지만, 외팔이로 서른 아홉이 되어서도 여전히 무표정인 하드보일드의 그녀가 도착했을 때 이미 남자는 죽고 없다. 한치의 여지도 주지 않는 주인공들의 행적이나 태도에서 로맨스를 읽어낼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몹시도 아련하다는 느낌으로 끝을 맺는다.

끝으로. 이 영화 역시 코헨형제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보이스 오버로 시작한다. 한 사내의 시신이 천천히 줌인되는 동안 그 사내 즉,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사연을 말하는 마티의 오프닝 나레이션은 이렇게 끝맺는다.

You must pay for everything in this world, one way and another. There is nothing free except the grace of God.

제길. 뭐라 할 말이 없게 만드는 타이밍이었다. 방점이 찍힌다고나 할까. 이렇게까지 강조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누군가 저 위에서 누가 시켜 자막이라도 찍어서 내보내는 느낌이었다. Pay해야 한다는 거, 그거 나도 안다고요!!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몰랐던 것. 유일한 예외인 신의 은총은 어디에. 세상에 말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이 공유했던 True했던 한 순간…어쩌면 그것이 은총의 순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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