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Diary

각자의 밤

tc-1-3
.
.
.
tc-1-4

어제 밤, 누군가 탄천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일 것이다.

가로등 불빛이 어른거리는 탄천의 느린 흐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겠지. 이따금씩 자전거를 탔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갔을테고. 어제의 좋았던 바람이 두 사람에게도 불었을 거다. 탄천과 바람과 어둠, 그리고 맥주의 미세한 알콜기가 그들의 감각에 어떤 작용을 일으켰을까?

그들이 남긴 흔적은 단정하다. 정갈하게 라벨의 방향대로 놓여진 빈 맥주병 둘. 불사르는 격한 액션(?)보다는 가녀린 봄밤에 어울리는 새털같은 키스같은. 하지만, 아침 출근길에 남겨진 흔적만으론 그 밤의 실체를 가늠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밤을 맞는다. 그리고, 때로 아침에 남겨진 흔적만이 누군가의 밤이 어떠했는지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것이었든, 그 밤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그들이 빈 맥주병을 내려놓고 탄천을 떠나, 지금 탄천과 무관한 곳에서 탄천과 무관한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을 것처럼. 그렇게, 먼 하루가 지나고 또 다시 그 날의 탄천을 그리워만하는 각자의 밤이 돌아올 때까지.

2 comments on “각자의 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