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가로수길에선 눈길 닿는 곳마다 꽃이다. 절로 피어나 자라는 꽃들이 아니라, 꺾여서 장식으로 쓰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꽃. 이 거리 걷는 동안만이라도, 삶의 고단함 잠시 잊으시라고 집집마다 부적처럼 걸어놓은 꽃들. 여전히 희미한 생명의 숨을 뿜어낸다. 혹시 저 아이들이 땅과 물을 만나면, 다시 생명을 찾고 뿌리를 내릴까. 그럴 수 있을까…
목덜미를 타고 맑은 땀이 흘러내리는 도심의 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맥주 안주삼아 농담을 따먹으며, 꽃을 생각했다. 꽃들이 만발한 들판. 거친 흙바닥 아래로 뒤엉켜 퍼져가는 억센 뿌리를 생각했다. 누군가 걸려있는 꽃을 가져다 땅에 심고 물을 주었다. 꽃이 살아났다. 그리고, 꽃을 가져다 심고 물을 준 사람도 어느새 꽃이 되어 있었다.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란…꽃으로 만들어 주는 것 뿐. 꽃처럼 바라봐 주다가, 꽃이 되어 버리는 것… 꽃으로 가득한 가로수길에서, 밤의 더운 열기가 실어다 주는 진한 꽃향기 속에서 그렇게 난 내내 꽃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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