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 I swear…

어떤 때는 남이 나보다 더 잘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런 글을 볼 때 그렇다.

A great love story: Brokeback Mountain

항상 숙제처럼 <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해서 뭔가 남겨놔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몇 줄…그러니까 한 세 줄 정도 끄적거리기도 했다. 첫 문장은 영화 속 애니스의 마지막 대사였다. “I swear…” 덧붙일 이미지는 겹쳐진 셔츠 두 장. 그 후로 몇 년 동안, 그 세 줄에서 진도를 빼지 못했다. 논리로 분석하기 이전에, 감정적으로 압도되어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는 느낌이었다. 매 번 그랬다. 히스 레저가 죽었다는 뉴스를 들은 날에도. 하지만, 마음에서 지울 수도 없었다. 겹쳐진 셔츠 두 장의 이미지를. 그 의미를.

오늘 아침, 마닐라에서 보내왔고, 로저 에버트가 업로드했다는 저 리뷰를 읽으며 가슴이 저며오는 아픔을 느꼈다. 뻔한 표현이지만,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세상에 몹시도 치열하게 아픈 일들이 많다는데, 그런 일들을 껄껄껄 웃어 넘겨야 멋지다는데. 나는 겨우 이런 영화 얘기에 슬퍼하고 있구나. 하지만, 난 역시 이게 아프다. 그리고 누군가도 그렇지 않을까. 세상 모두가 알아줄 수 없는 이면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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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고작 몇 분 주어지는 직딩의 점심 시간. 밖으로 뛰어나가 비오는 탄천을 걸었다. 아아..비가 온다. 그토록 지긋지긋해했던 비가 정말로, 여전히 내리고 있다. 아늑했다. 에어컨 바람이 부족함없이 쿨링하는 19층 높은 데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비와는 전혀 달랐다. 우산을 팽개치고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달리고 싶었다. 흠뻑 비에 젖어 한없이 달려나가고 싶었다. 이대로 영원히 365일 비만 오는 나라가 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It cares much less about promoting gay rights than about telling the sad tale of two people who have discovered each other, that they’re not alone, and that they can’t live without each other. They just happen to be men. If that isn’t star-crossed, I don’t know what is.

두 번째 책을 쓰면서…폭주하는 일상의 업무 속에서, 출퇴근 빼고 남는 얼마 안돼는 시간을 온통 책상머리 앞에 헌납해야 했던 2년 여의 시간 속에서 영화라고는 딱 세 편을 봤다. 홍상수 < 해변의 여인> 알모도바르 < 귀향> 그리고…이 영화 < 브로크백 마운틴> 매일매일 바들바들 조여오는 강박관념에 술 마실 시간조차도 죽여야 했던 나날이었지만 < 브로크백 마운틴>을 본 날 밤엔, 좋아하는 후배를 불러 소주를 실컷 마시고 뻗어버렸다. 그 2년 중에, 딱 하루였다. 하지만, 난 그 날도 이 영화의 비극성을 오롯이 체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로 깨닫게 된 건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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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론적으로는, 정해진 회의 시간에 맞춰 우산을 든 채로 보송보송하게 회사로 무사 귀환. 업무 보고도 하고, 리포트도 쓰고, 틈날 때 각종 흰소리도 살포하며 낄낄거리는 등등.

이 영화는 두 번 보지 못했다. 다시 볼 용기를 오늘에서야 내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언제나 그래왔듯 ‘빛’. 그리고 오늘, 내 맘에 가장 아픈 단어를 발견했다. ‘Dis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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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멘트 »

  1. 윤정 said,

    July 19, 2011 @ 2:57 pm

    아 이거 언젠가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과 비슷하군. 그래 나도 이 이야기가 게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다 서로를 발견하게 된 두 사람에 관한 먹먹한 이야기였다고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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