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주 간만에 마음에 드는, 아니 마음이 가는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작품성을 따질 수준은 전혀 아니지만 왠지 내 마음은 간다. 게다가 애정하는 탄천. 자꾸만 열어보게 된다. 마음이 간다는 건, 그런거다. 역으로, 안 그런 건 마음이 안 가는 거고.

제목 : 油彩炭川 (심지어 제목도 지었다!…내가 사진에 붙인 첫 번째 제목이지 싶다. 얼마나 맘에 들었으면)
간만의 하늘에 감격해 야심차게 찍으러 나갔는데, 호기롭게 들고 나간 카메라는 배러리 아웃이었고. 아쉬움에 쩝쩝거리며 한바퀴 돌고 오는 길에, 물웅덩이에 비친 그림자가 예뻐 주머니에 있던 아이폰3GS로 찰칵~인스타그램에서 필터 먹이고 반 바퀴 돌려주니…짠-!
사진이라고 찍었는데 그림같아진 것이 신기했다.
일본에서 본 모네전이 떠올랐다. 빛이 풍겨져 나왔고, 물결의 작은 흔들림이 캔버스에 붓질같았다. 말도 안되는 비교지만서도^^;; …그래도 조금은 뭉개진 모네같다고 생각했다. 허접한 디바이스 성능과 센스있는 서비스와 몇 가지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물. 이런 거 좋다. 한계에서 시작해서 날개 돋치는 거.
작고 허접한 날개라도, 파닥파닥하는 거.
여하튼 요즘은 포토 라이프도 하이브리드다. 폰에서 찍은 사진을 웹에 올리다 못해, 이젠 DSLR로 찍은 사진을 굳이 인스타그램에 올려 필터주고, 앱을 통해 모바일로 공유한다. 휴대성을 앞세운 폰이 생산 경쟁력만 가지는 게 아니다. 이젠 그나마 PC 웹의 영역이었던 가공과 유통 경쟁력마저 장악해가고 있다. 게다가 이 유통 과정에 약간의 게임 레이어만 얹어도, 폰의 인터랙티비티와 결합해 재미있는 시너지를 낸다. Gamification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끝없이 주물럭대고 만지작거리는 애로하기 짝이 없는 폰 사용 방식에 약간의 방향을 주고 구체화하는 것일 뿐.
어쩐지 DSLR로 곧장 받은 사진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폰 액정으로 보는 사진이 더 있어 뵌다. 있어 보여서 또 뭐할 거냐만은. 그래도 맘에 드는 거 몇 장.



※ 결론 : 올려놓고 보니, 역시 인스타그램 사진은 폰 액정으로 봐야 산다. 폰의 이미지 유통 경쟁력이란 액정 경쟁력과 일맥상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