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지상 최강 결정전」관람기 : 왜 격투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2005/12/29
세기의 매치라던 < 도르 vs 크로캅>전 보고 나서
CURO 10월호에 썼던 글이다.
껀수를 빙자한 약간의 격투기 뽐뿌랄까. 그런 의도.>
이즈음 난 정말 효도르에 푹 빠져 있었다.
나의「지상 최강 결정전」관람기 : 왜 격투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서울 신림동. 날씨 맑음. 아침부터 나는 흥분해있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오전 내내 자꾸만 시계를 흘낏거리고 있다. 바늘이 더디다. 다시 한 번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인터넷 투표 결과와 최종 예상을 훑는다. 지난 주 내내 반복해 왔던 일이다. 30대 중반 미혼의 이 여인네는 님도 아닌 그 무엇을 이토록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가.
같은 날 4시. 일본. 신주쿠 역에서 전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사이마타의 수퍼 아레나. 약 4만 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곳은 오늘의 특별한 이벤트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모인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관중 수 4만7,629명.” 장내 아나운서는 큰 소리로 매진 사례를 외친다. 자리는 가장 비싼 VIP석부터 차례로 매진, 경기장 5층 전체가 빈틈이 없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실내는 후끈 달아오르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응원의 함성에 장내는 떠나갈 듯 하다. 대형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만, 사람들의 저마다 헬스클럽 같은 곳에서 나누어준 부채를 부치며 숨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든 부채에는 레이저라도 쏠 듯한 강렬한 눈빛을 지닌 두 남자의 얼굴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효도르와 크로캅. 바로 오늘 둘 중 한 사람은 60억 인구 중 가장 강한 남자, 바로 ‘60억분의 1′의 사나이가 된다.
가장 강한 남자가 결정되는 순간
2005 프라이드 헤비급 타이틀전. 현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일명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도전자 ‘하이킥의 달인’ 미르코 크로캅의 결전의 날. 팬들은 이 매치를 3년을 넘게 기다려왔다. 일찍이 K-1에서 데뷔하여 하이킥으로 명성을 높인 크로캅이 프라이드로 넘어와 절대 강자 효도르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 벌써 3년 전. 하지만, 챔피언으로 향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애초에 예정되었던 시합이 효도르와의 부상으로 연기되면 치루어진 캐빈 랜들먼, 노 게이라와의 매치에서 뼈아픈 패배. 다시 리벤지의 수순을 밟으며 먼 길을 돌아, 프라이드의 링 위에서 챔피언 도전자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야 했다. 팬들은 오히려 패배를 딛고 일어나 도전해 가는 모습에 인간적인 연대를 느꼈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크로캅의 강인한 승부욕과 카리스마, 화끈한 경기 스타일에 매료되었다.
한편, 효도르는 절대 강자 중 강자. ‘무결점의 파이터’ ‘얼음 파운딩’이라는 별명의 효도르는 말 그대로 피부가 찢어져 출혈이 심해 당한 TKO를 빼고는 프라이드 링 위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놀라운 파이터다. 약간 졸린 듯한 눈, 쇼맨쉽 전혀 없는 무표정으로 링위에 올라 흔히 하는 시합 전 기싸움, 눈싸움도 피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상대방을 내려칠 때 그 무표정은 잔인함과 냉정함으로 돌변,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늘 상대방 선수를 뜨겁게 안으며 웃음과 화해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 2002년 프라이드 무대에 데뷔하며 “나는 노 게이라를 꺾고 챔피언이 되기 위해 왔다”고 인터뷰했고, 1년 만에 앞으로 10년 간은 상대할 선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 받던 당시의 제 1대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브라질에서 온 ‘주짓수의 달인’ 노 게이라를 물리치고 프라이드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그야말로 ‘꿈★이루어진다’의 격투기 버전이랄까.
그러니 지난 몇 년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이 날의 승부가 어찌 빅매치 중 빅매치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도 이 경기를 생중계 할 케이블 TV에서는 몇 주 전부터 대대적으로 TV와 온라인, 거리 홍보를 진행했고, 주요 포털들의 인기 검색어와 뉴스, 카페 핫 이슈가 이 세기의 빅매치와 관련된 내용으로 연일 도배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더욱 몰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토론방은 효도르와 크로캅의 승부를 점치는 예상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렇게 기대를 모은 세기의 매치. 주제곡과 함께 두 선수가 등장하고,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수많은 적을 침몰시켜온 크로캅이 마침내 효도르의 앞으로 다가온다. KO를 목표로 쏟아지는 효도르의 고속훅을 크로캅은 재빨이 받아 넘긴다. 헤비급이라 믿기지 않는 하이 스피드의 공방이다. 효도르는 노련하게 크로캅을 그라운드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연타를 날린다. 하지만 이를 방어하는 크로캅도 기를 쓰고 막아내며, 쉽사리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 ÷?틈도 없이 기묘한 체위로 엉겨 붙은 두 선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서로를 때리고 밀어내리고 있다. 마침내 집요하게 크로캅을 물고 늘어지던 효도르의 얼음 파운딩이 크로캅의 얼굴 위로 작렬한다.
복싱 글로브보다 훨씬 두께가 얇고 손가락이 드러나는 오픈 핑거 글로브이기에 타격의 물리적 충격과 질감은 훨씬 강렬하다. 때리는 쪽이나 막는 쪽이나 사력을 다하는 총력전. 물고 물리는 접전에 점점 스태미너는 떨어지고, 남은 것은 승부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 뿐. 내내 경기를 지배한 효도르의 얼굴도 퍼렇게 멍이 들고 퉁퉁 부어있다. 찢어진 눈매에서는 붉은 피가 그칠 줄 모르고 뚝뚝 떨어져, 그라운드와 상대편 크로캅의 가슴을 흥건히 적신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다. 격렬한 경기에 도취된 관중들은 더욱 목청 높여 쓰러진 상대에 대한 강렬한 타격을 요구할 뿐. 이 풍경은 자연스레 수 만 명이 모여 엄지 손가락을 찍어 내리며 검투사의 죽음을 갈망했던 그 옛날 로마 시대의 광란의 콜로세움과 겹쳐진다.
치열한 접전 끝 3라운드까지 KO없이 끝난 경기 결과는 효도르의 3-0 판정승으로 끝났다. 지난 3년 간의 지리한 도전. 크로아티아 현역 의원으로 대통령이 특별 휴가를 내 주어 경기를 준비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 응원단을 파견했다는 크로아티아의 영웅 미르코 크로캅은 자신을 지켜보는 온 국민, 전 세계 앞에서 그렇게 쓰라린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다시 검증된 무결점의 파이터, 효도르의 타이틀 방어식은 떠들썩하게 이루어졌다.
내방에 있는 효도르 피규어. 하지만 효돌은 절대 이렇지 않아!
이종 격투기의 두 얼굴
유럽 전역을 지배하고 전에 없는 풍요와 안락의 시대를 살았던 로마인들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문란한 섹스와 함께 탐닉했던 오락, 격투기. 그 오락에는 식민지에서 데려온 노예와 포로들의 목숨이 필요했다. 회사와 가정, 적금통장, 내 집 마련, 진급, 스트레스…원시가 배제된 네모난 일상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는 지금 나에게도 본능을 자극해 머리 끝까지 피를 솟구치게 만드는 로마인의 쾌락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좁디 좁은 닭장 속에서조차 강한 놈이 먼저 먹이를 먹어야 다른 닭이 따라 먹이를 먹는다는 페킹 오더(pecking order)의 분명한 서열을 가장 동경하는 힘의 세계에도 매겨보고 싶은 변치 않는 인간의 본능일 뿐일까. 하지만 링 위의 저들은 오히려 격투기가 엄격한 룰과 선수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 장치, 치밀한 전략에 의해 진행되는 하나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인간과 인간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물리력을 통해 승부를 내는, ‘공식적으로’ 피를 인정하며 심지어 기대하는 스포츠, 이것이 바로 오늘날 이종격투기의 두 얼굴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새삼스럽게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하기야 꼭 이종격투기가 아니더라도 파이터들의 전설은 늘 바람을 타고 전해져 우리 가까이를 맴돌았다. 소박하게는 7전 8기의 홍수환이나 작은 탱크 김환진의 추억. TV에서 지겹도록 틀어준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대결도 결국은 권투란 규칙 안에서의 힘겨루기 아닌가. 이소룡의 신화 역시 그가 단순한 영화배우가 아니라, 복서, 킥복싱, 가라데의 상대와 1라운드 이상 가 본 적이 없는 격투기의 신, 실전 격투에서는 10초를 넘기지 않는 최강의 무인이었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종로 바닥을 주름잡으며 얄미운 일본인들을 흠뻑 패 주었던 타고난 주먹 김두환과 한국 출신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로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대 받았던 역도산, 무도계의 이단아로 세계적인 격투가를 각개 격파하며 극진 가라데를 창설한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 군견 두 마리를 물어 뜯어 죽여버리고, 중국 마적단과 40:1의 승부를 벌였다는 박치기의 달인 시라소니…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격투가의 신화는 정사로 인정받지 못한 야사로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 왔다.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든 결국은 누가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루는 것이고, 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파이터들의 전설은 늘 듣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원초적 힘에의 동경을 키우게 해 주었다.
원시적 환타지가 최첨단 엔터테인먼트로
이종격투기는 바로 이런 가장 원시적인 환타지를 가장 현대적인 최첨단의 엔터테인먼트로 포장한 독특한 퓨전 상품이다. 회당 입장 수익료만 100억을 벌어들인 다지만, 버는 만큼 쓰는 것도 화끈해 1회당 들이는 진행 비용만 50억에 달한다. 과연 이렇게 돈으로 도배질을 한 격투기 ‘쑈’는 순간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아찔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레이저쇼는 드넓은 수퍼 아레나 천장 전체를 현란하게 뒤덮고, 여기저기서 지옥을 연상시키는 붉은 불기둥이 솟아 오른다. 각 선수를 상징하는 주제가와 함께 아나운서가 심장이 찢어질 듯한 간드러진 목소리로 선수의 이름을 호명할 때 팬들의 기대감은 극으로 달하고, 무덤 속에서 부활한 듯 지하에서 서서히 올라온 선수는 기나긴 런웨이를 걸어 이 숨막히는 광분의 도가니를 뚫고 천천히 링으로 향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져 진행되는 격투.
바로 조금 전까지의 설정과는 정반대로 그야말로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팬티 바람에 맨 주먹 하나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힘을 겨루게 되는 극에서 극으로의 순간 이동. 도망갈 곳은 없다. 사방 7m의 좁다란 링은 흔히 많은 스포츠에서 언급되는 조직력이니 팀워크니 하는 개념과는 전혀 무관한, 적 앞에 홀로 선 단독자로서 오직 나만을 믿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1:1 혈투를 벌여야 하는 사각의 지옥이다. 초청가수의 쇼나 흥을 돋구는 댄스가 없이도 이미 그 자체로 수용하기 버거울 만큼 넘치는 엔터테인먼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선홍색의 날고기는 이렇게 가장 인공적인 최첨단의 예술오락의 극치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보는 이들의 혼을 빼놓고야 만다. 아드레날린 수치를 무한정으로 치솟게 만드는 그야말로 현대 엔터테인먼트의 정수.
영웅 호걸의 각축장, 현대판 무협지
여기에 더해지는 선수들 개개인의 인간 드라마는 또 어떠 한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한때 프로레슬링에 전념 겁쟁이(치킨)이란 비난을 듣고 스스로 ‘나는 겁쟁이다(I’m Chiken)’라고 쓰여진 셔츠를 입고 다니는 ‘허슬 치킨’ 오가와 나오야, 아버지의 꿈을 이루겠다고 크로아티아에서 열혈단신 건너와 최고의 파이터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K-1과 프라이드, 어느 쪽에서도 챔피언을 거머쥐지 못한 ‘무관의 제왕’ 미르코 크로캅, 미식축구와 프로레슬링을 거쳐 이제 K-1무대에서 인간이기를 거부한 ‘비스트’ 밥샙, 평소엔 조용하고 겸손한 성품이지만 링 위에서만은 위력적인 ‘러시안 훅의 달인’ 이고르 보브찬친, 링을 펄쩍펄쩍 뛰며 휘젓고 다니며 귀엽지만 위협적인 ‘동킹콩’ 유독 일본 선수들만 골라먹는다는 공포의 무릎 찍기 ‘도끼 살인마’ 반달레이 실바 등. 단순한 쇼맨쉽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이겨야 할 명분이고 진검 승부를 위한 필살기이다. 질 것도 같은 약한 선수, 져도 될 만한 이유를 가진 선수는 없다. 모든 선수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필살기를 들고 승리를 위해 링 위로 나선다. 이들이 무림 최고수의 지존을 가르기 위해 매치와 리벤지를 거듭하며, 서로 물고 물리기를 거듭하는 전개는 무협지를 능가하는 흥미진진한 플롯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대립 구도, 배신과 복수의 시나리오가 링 위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부신 것은 이 모든 상황을 200% 이상 활용하는 프라이드의 운영과 마케팅 감각이다. 팬들이 원하는 빅매치는 꼭 성사시킨다. 이것이 바로 ‘흥행의 마술사’로 불리 우는 프라이드 저력. 선수와 각 팀들간의 부담 요소는 물론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적 난관을 각파하고, 어떤 수를 내서든 팬이 최우선으로 보고 싶어하는 매치를 성사시키고야 만다. 한편, 성사된 매치에 대해서는 승부 이면의 선수들의 사연과 휴머니즘을 최대한 부각하여 마케팅하고, 메인 경기에 못지않은 사이드 디쉬로 선보임으로써 승부의 극적 효과와 감정이입을 극대화한다.
쇼와 다큐멘타리의 경계를 오가는 이런 포장술과 막강한 섭외력 이야말로 프라이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효도르의 승리로 헤비급에서는 효도르의 독주 체제가 예상되지만, 프라이드는 벌써 흥미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킬러’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하나의 빅매치가 끝난다고 해서 흥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매치의 승자가 다른 숨어 있던 강자와 맞붙고, 패자가 복수의 칼날을 갈며 리벤지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불현듯 예기치 못했던 다크 호스가 나타나 이 길을 가로 막기도 하는 이런 순간 순간이야말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프라이드가 써 가고 있는 무림 전설의 새로운 챕터인 것이다.
벌써 팬들은 크로캅의 리벤지 매치의 수순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에 어떤 선수들을 꺾어야 다시 효도르와 다시 한 번 더 세기의 대결을 벌일지 논쟁이 분분하다. 이에 부응하듯 프라이드는 오는 10월23일부터 진행될 프라이드 제 30회 주제를 ‘새출발(Starting Over)’라고 이름 붙였다. 사쿠라바나 노게이라, 최근 다소 성적이 부진했거나 한 때를 풍미했지만 최근엔 모습을 비치지 않았던 유명 파이터들이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부활의 일전를 벌이게 된다. 여기에 참석하게될 크로캅은 “’starting over’라는 건 왠지 짓궂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딱 어울린다.”라는 말로 다가오는 프라이드 30를 맞이하는 심경을 정리했다.
올 가을은 프라이드의 파이터들에게는 설욕의 계절이 될 모양이다. 그는 정말로 다시 새출발 할 수 있을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은 다시 한 번 그가 21세기의 콜로세움 안에서 우뚝 서 우리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고, 심장 박동수를 가속시키고, 꽉 쥔 두 주먹에 땀이 배어 나오게 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서기라도 한 처럼, 그가 맞닥뜨린 상대편이 이 지리한 일상의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끈한 킥을 날려 깨부수어 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강을 향한 무림 전설, 영원한 숫컷의 로망은 진한 테스토스테론 향 속에 이렇게 현대적 버전으로 복구되어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기자 : 왜 모던한 스포츠가 서서히 글래디에이터 같은 경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요?
크로캅 :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까요? DNA에 박혀있기 때문이겠죠. 사람은 결국 그런 싸움을 보는 것을 모두들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역사가 흘러가도, 그것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K-1과 프라이드?
크게 격투 스포츠는 두 종류로 나뉘는데, 서서 펀치나 킥을 주고 받으며 싸우는 입식 타격인 복싱계와 그라운드에 상대방을 넘어뜨려 상대방을 눕히고 꺾고 조르는 기술을 주로 쓰는 그래플링(grappling) 혹은, 레슬링계다. 이에 기초해 복싱, 주짓수, 삼보, 유도, 킥복싱, 가라데 등 기존의 격투 스포츠가 각자 다른 룰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면, 각 격투간의 가장 최소한의 룰만을 가지고 너도 나도 자신의 링을 벗어나 다 함께 겨루어 진정한 최강을 가려보자는 것이 이 이종격투기, MMA(Mixed Martial Arts)의 기본 컨셉. 타이슨이 권투의 챔피언이라는데, 과연 절권도의 이소룡과 싸우면 누가 이길까? 레슬링의 역도산과 가라데의 최배달이 맞장을 뜨면 누가 쓰러질까? 이런 유치하지만 원초적이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이종격투기. 언뜻 보면 아무 생각 없는 막싸움 같지만 사실 경기 전에는 선수 스타일과 선수별 약점, 강점 등을 분석해 치열한 승부 전략이 짜여 지고, 선수 역시도 경기 중 순간 순간 빠른 판단을 필요해, 선수들의 머리 싸움과 전략 전술을 읽는 재미가 색다른 스포츠다. 국내외의 다양한 리그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K-1과 프라이드다.
⊙ K-1
K-1의 가장 큰 특징은 서서 하는 입식 타격 경기라는 것 이다. 스탠딩 상태에서 가격으로 승부를 걸어 KO시켜야 한다. K-1은 1993년 故최영의 선생이 창시한 ‘극진 가라데’의 유파인 ‘정도회관’ ‘이시이 카즈요시’관장이 주창했으며, ‘전 세계에 격투기 세계의 챔피언들을 모아 원 파이트 토너먼트로 최강자를 결정한다’는 컨셉으로 출발했다. K-1의 K는 킥복싱(Kickboxing), 가라테(Karate), 쿵후 (Kung-fu), 권법(Kenpo) 등 입식 타격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알파벳 K에서 따왔다. 1은 무차별 급을 뜻하며 여기에 ‘넘버원’이라는 의미도 겸하고 있다. 복싱 글로브를 끼고 다소 엄격한 룰을 적용해서, 프라이드에 비해 덜 폭력적이며 대중적인 경기로 유럽, 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최고의 파이터들이 참가한다. 서서 하는 경기이기에 화끈한 킥과 타격을 주고 받으며 승부가 결정지어지는 화려한 스타일로 수많은 스타를 만들어 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지의 세계적인 단위 지역 예선을 거쳐 각 대회에 우승자들을 모아 매년 12월, 도쿄돔에서 최강의 선수를 뽑는 연말 결선 대회 ‘다이너마이트’를 연다.
⊙ 프라이드 FC (Pride FC)
하지만 사람이 싸움을 하면, 서서만 싸울까? 그렇지 않기에 가장 원초적인 ‘막싸움’에 가까우며 진정한 세계 최강의 파이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평가 받는 장이 바로 프라이드. 프라이드는 서서 하는 스탠딩과 바닥에서 누워서 치르는 그라운드 그래플링을 모두 포함한다. 1993년 시작되었고, 당시 450전 무패의 기록으로 세계 최강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힉슨 그레이시 가문과 일본의 다카다 노부히코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해 마침내 힉슨과 다카다의 대결이 실현되며, 1회성 이벤트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플링 기술을 요하기에 단순한 타격과 킥만이 아닌 그라운드 기술과 체력 등을 더 요구한다. 그라운드 대결이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링에 넘어져 뒤엉켜 있는 선수들의 집요하고도 끈적끈적한 승부와 머리 싸움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묘미. 손가락이 드러나는 오픈 핑거 글로브를 끼고 두 인간이 뒤엉켜 상대편의 땀과 피 냄새를 맡아가며 원초적 힘을 겨루는 승부가 바로 프라이드. 그래서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에게는 ‘60억분의 1의 사나이’라는 호칭이 주어진다. 횟수별로 진행되는 넘버 시리즈와 신인들이 겨루는 무사도 시리즈, 미들급과 헤비급 챔피언을 뽑는 프라이드 그랑프리 등의 경기로 나누어지며, 매년 연말 시이마타 수퍼 아레나에서 최강의 격투가를 뽑는 ‘남제(男際)’를 연다.
Tip) 이종격투기 120% 즐기는 법
뭐니 뭐니 해도 격투기 라이프의 핵심은 격투 경기 관람이다. 스포츠 채널인 MBC ESPN, XTM에서는 각종 격투기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다. 생중계도 있지만, 이미 지나간 격투기 명승부도 재방송 편성이 잦은 편. TV 편성표를 꼼꼼히 챙겨 보면, 흥미로운 매치들을 안방에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 Pride 중계 : XTM (http://www.xtmtv.co.kr/)
⊙ K-1 중계 : MBC ESPN (http://www.mbcespn.com/)
TV편성을 기다리기 귀찮고, 지금 당장 효도르 vs 크로캅, 데니스 강 vs 안드레이 등 화제의 명승부를 감상하고 싶다면 다음 CUVE의 프라이드 전용관에서 유료 VOD로 화제의 격투기를 관람할 수 있다. 건당 500원, 30일 프라이드 무제한 관람권은 5,5000원.
⊙ 다음 큐브 프라이드관 http://cuve.daum.net/pride/
기본적인 대회에 대한 설명과 경기 규칙, 경기 결과와 대회에 대한 새 소식과 선수들의 프로필, 각종 행사에 대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접하고 싶다면, 대회 오피셜 사이트들 방문해 보자. 간단한 VOD와 월페이퍼 등을 건지는 재미도 짭잘~
이종격투기 전문 잡지도 흥미로운 정보원. 각종 컬럼과 만화, 사진, 경기 일정 외에도 격투기 관련 상품들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만 봐서는 어째 2프로 부족! 사람들의 생생한 관전평과 정보들이 궁금하다면 역시 커뮤니티 가입을 빼놓을 수 없다. 공식 사이트나 매거진 못지 않은 방대하고 생생한 자료들이 나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는 싫다. 나도 한 번 직접 격투기의 세계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포털 사이트의 지역검색을 활용해 보는 것도 아이디어. ‘격투기’ 혹은 ‘우리 동네 이름 + 격투기(강남 격투기)’등을 검색해 보자. 우리 동네에도 무에타이, 레슬링, 절권도, 특공무술 등 꽤나 다채로운 분야의 격투기 도장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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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닷컴 » 두 명의 fighter - 멋진 남자들의 멋짐 이상의 멘트 said,
July 22, 2008 @ 1:52 am
[...] 한창 효돌에게 빠져있던, 바로 그 때 쓴 글~ 나의「지상 최강 결정전」관람기 : 왜 격투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
유진닷컴 » 그녀의 봄 불감증 탈출기 - Style H 2007년 3월 said,
March 28, 2009 @ 12:44 pm
[...] 나의 < 지상 최강 결정전> 관람기 : 왜 격투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 큐로 2005년 10월 http://www.youzin.com/blog/?p=366 [...]
유진닷컴 » [광고] 원고 청탁 대환영 said,
March 28, 2009 @ 12:56 pm
[...] 나의 < 지상 최강 결정전> 관람기 : 왜 격투기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 큐로 2005년 10월 http://www.youzin.com/blog/?p=3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