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 엉뚱한 곳에서 촛점이 맞아버리다.

2006/01/22

전도연이 제일 전도연스럽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발그레한 입술, 짧은 미니스커트 팔랑거리며 눈웃음 흘리는 게 너무 예쁘다. 내용이야 다 아는 거고, 교도소 철창 넘는 씬, 나 잡아보셈~ 벚꽃씬 등 명장면들도 이미 텔레비죵에서 허버 틀어줘서 새삼스러울 일 없었다. 하기야, 제목부터가 아예 DYD(들이대)인 이 작품의 마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짜디짠 눈물을 뽑게 만들고야 마는, 진심의 힘, 신파의 마력이라고 했다. 나 역시 눈물이 났으니, 인정해줄까?

실패는 영화보다 내 쪽이었던 것 같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사전 정보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영화를 그냥 영화로 보지 않고 ‘진짜는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끊어낼 수 없었던 관람자의 불량한 태도말이다. 영화의 현실과 영화의 재료로 발탁된 ‘그때 그 사람들’의 현실과 영화 보는 내내 그 두 개의 앵글을 화면 분할로 이어 맞추고 있는 나의 사적인 현실이 3차원으로 짬뽕되어 매우 기묘한 아우라를 이끌어내고 만다. 언뜻 보기엔 겹치며 실제로는 심하게 어긋나면서도 결국 한 줄기인 세 개의 이야기다.

전혀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다만 이런 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다. 어디서 보니 진실이란 건 원래 없고,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진실도 아니고 그냥 사실(fact)이다. 아무 가치 판단 개입없는 사실말이다. 그 사실이 어떤 고귀한 진실로 귀결되는 지에 대해서는 각자에 맡기자. 미디어에, 영화 감독에, 작가에, 관람객의 각자에게. 하지만 난 궁금하다. 팩트가 말이다. 간만에 집요모드를 발동해 실제 주인공을 추적해 보고도 싶을 만큼. 그를 잡아다 거짓말 탐지기라도 붙여놓고 너 정말 이랬냐? 고 묻고 싶었다. 아니, 그런 진심에의 호기심조차도 과한 욕심이다. 팩트란 진실도 아니고, 진심과도 무관한. 그저 겉으로 드러난 무색무취의 발생된 일이어야 한다. 맥락도 제거되고, 의도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내면을 묻지 않는 지극히 드라이한 해프닝(happening)말이다.

  • ‘너는 내 운명’은 실화가 아닌 판타지.
    언론에 난도질 당한 HIV 양성인 K씨의 비극 못다뤄

    이들 두 사람의 지능 수준은 정신지체 3급 수준이다. 에이즈가 뭔지 몰랐고, 설명은 귀찮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K씨가 구속된 후 남편 B씨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피를 흘리며 재판정까지 절룩거리며 찾아왔다. 경찰들까지 숙연하여 피 닦을 휴지를 건넬 정도로.

  •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에이즈 감염자와 시골 노총각의 순애보 그린
  • “아내가 교도소에 있는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면회를 갔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아내 얼굴을 보러 갔는데, 집에서 교도소까지 가려면 두 시간 남짓 걸렸어요. 왕복 4시간인데, 말이 4시간이지 오토바이로 장거리를 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국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사고위험이 굉장히 높지만 그래도 겁나지 않았어요. 아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아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으니까요.”

  • 주간한국 [이색지대 르포] “내 운명에 사랑같은건 없다”
    윤락여성과 <

트랙백
@ 트랙백 주소 : http://jungchoa.com/blog/wp-trackback.php?p=371



코멘트는 자유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