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Guard

깊어가는 밤이었다. 캄캄한 밤이었다. 난 버스를 타기 위해 인적이 드문 서울 외곽의 2차선을 따라 거꾸로 걷고 있었다. 가끔씩 빠른 속도로 차들의 불빛이 다가왔다가 옆으로 지나갔다. 가끔씩 성마른 클랙션이 울리기도 했다. 불탄다는 금요일이었지만, 취해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일주일의 그 어느 날보다 명료했다. 밤하늘에 빛나는 새하얀 점같은 별의 수를 세기도 했다. 누군가 크게 한 입 베어문 것 같은 달은 유난히 낮은 곳에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몇 백 미터나 남았으려나. 정류장까지는. 버스가 무거운 엉덩이를 돌려 자신이 달려온 방향으로 다시 머리를 트는 곳. 그 때였다. 주유소의 녀석을 보게 된 것은.

새카만 놈이었다.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침침한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고 마당 너머의 어둠 속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네 다리를 꼿꼿이 받치고 서서. 멀리서였지만, 방해하기 힘든 집중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멀찍이서 그런 녀석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이윽고, 녀석은 뒷다리를 내리고 낮춰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한 시선은 풀지 않은 채였다. 녀석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지만, 그 끝엔 밤의 2차선을 건너온 정적만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이유를 밝히지 못한 채로, 나는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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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역할은 분명해 보였다. 재롱을 떤다든지, 외로움을 달랜다든지, 누군가의 침대맡을 차지하며 독수공방을 함께 할 반려의 목적은 아니다. 이런 인적 드문 밤의 주유소에서 녀석은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의 방어라는 명백한 필요에 의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녀석을 지켜 본 짧은 시간, 녀석은 충실하게 그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만약 네가 보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면 어떡하지. 그 침착하고 묵직한 눈빛으로 한없이 無를 스캐닝하고 있을 뿐이라면 어떡하지. 지금 너의 성실함의 결과가 고작 얼마 남아있지 않은 잔여의 에너지를 무용하게 고갈시켜 버리는 것에 불과하다면. 지금 매우 성실하게 바라보고 있는 네가 실상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이라면.

주말 내내 녀석의 모습이 게으른 사고의 흐름 속에서 어둠 속 플래시처럼 터졌다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거기에는 나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기계와도 같은 고독한 성실함이 있었다. 일단 가동되면 멈추지도 의심도 하지 않는. 이런 시선의 끝에 서 본 적이 있습니까. 그건 정말 기가 막히게 멋진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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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멘트 »

  1. 수정 said,

    January 21, 2013 @ 3:44 pm

    싫다면서 닮는 법이지.
    실망을 했건 멘붕이 됐건 연말연시 하루키랑 보내더니
    글이 그렇다. ㅋ

  2. 체리(박윤정) said,

    January 23, 2013 @ 6:23 pm

    아 언니~ 잘 지내시죠? ^^ 전화번호 하나 없는 사이네요. 저희가~ ㅠㅠ 아무튼 기억이 났는데 여전히 운영중이신네요 반갑게 시리~!! 분당에 계시면 언제 낮에 점심 하면 좋겠습니다.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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