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한국 영화 – 민망 vs 난감 vs 고문

미인도 – 민망

미인도에는 미인이 없다. 납득할만한 스토리나 오감자극 쇼킹 육체도. ‘연기 거탑’에 몸 바친 두 여배우를 보며 제 자리 못 찾은 노력이 얼마나 민망한 결과를 낳는지 확인했다. 안 어울려도 열심히는 하더라. 근데, 중요한 문제는 How 이전에 What이다. 자기에게 어울리고 잘하는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닌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내 자리는 여기 맞나? 늘 고민하게 되는 내 삶의 FAQ(Frequently Agonized Question).

김영호님, 분노, 욕정, 인내, 질투, 자의식, 패배감 모두 하나의 표정으로 소화해 내신 그대를 한국의 스티븐 시걸로 임명합니다. 조선 최고의 천재 화가가 어찌 무대뽀 강간남으로…조상님들께 민망하다. 쩝. 눈빛이 살아있지 않던, 또 다른 남자배우 한 분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고,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눈빛, 그런 것을 본 지가 꽤 오래 되었다.

보는 내내 많이, 크게 웃었다. 어이없고 민망해서 그런 거지만, 아드레날린 분비 효과로 본전치기는 했다고 위로해본다.

아내가 결혼했다 – 난감

“결혼이 꼭 이래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결혼이 어떠한 제도여야 한다보다, 결혼에 대해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나로서는 난감한 질문이다. To marry or not to marry.. NO, that is not my question. Does he exist or not. That IS THE QUESTION.

“모두가 다 똑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남들과 엇비슷하게 사는 흉내를 내는 것조차 버거운 내가 황금같은 주말에 돈 내가며 받아야 할 질문이라기에 또한 난감하다.

관습에의 도발보다는,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들에 대해 조금씩 물러서가는=>결국 스스로 무너져가는 한 사내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것만큼은 다들 그렇잖아. 남자건 여자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우아하게 깃발을 꽂다 점점 이것만은 안된다 저것만은 지키자고 악다구니를 쓴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주춤주춤 조금씩 밀리면서, 정신차려보면 알 수 없는 곳에 가 있게 되는 것이지. 내가, 혹은 나만은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런 곳. 때로는 모든 상상을 초월한 곳. 영화 속 김주혁처럼. 그래서 인생의 지평이 넓어지기도 하고, 산 채로 지옥을 실감하게도 된다. 그래도 저기는 좀 심했다ㅋ 그런데, 보긴 그래도 막상 가보면 그렇게 극악무도한 저주의 불구덩이는 아니랜다. 정말 그런 듯도. 다들 사는 거 봐봐. 그게 위대한 인간의 적응력인지, 합리화 능력인지 종종 난감.

그 놈과 베개를 나누어 베는 남자. 왜 저자가 저 지경에까지 이르러야만 했냐?를 곰곰 생각해 보면, 역시 그녀 없이 살 수 없어서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도발의 탈을 쓴 신파일까? 관습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건가? 그것이 누군가에겐 고문 행위일지라도? 고통스러워도 참으면 똘레랑스인가? 못참으면 미친 개고. 쩝…너무 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막 받아주는 ‘똘레랑스’는 난감하다.

이래야 한다’도 ‘무엇이 좋다’도 아닌 난감한 영화들이 있다. 대신, 생을 박피한 듯한 날 것의 리얼리티를 가치 판단이라는 양념으로 재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그런 난감한 영화들이 내게 주는 보상이었다. 거기에 새로운 경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 보상이 없어서 좀 그랬다. ‘난감’이상이 느껴지지 않아서.

순정만화 – 고문

그래도 위 두 편이 순정만화보다는 나았다. 민망, 난감이 고문보다는 낫잖아.

영화에 집중하기에 너무 좋은 가운데 줄, 정 가운데 자리라 뛰쳐나올 수 없어 많이 괴로웠다. 극장 좌석의 머피 법칙.

강풀의 < 순정만화>는 명작이다. 2004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쏠로부대’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던 그 때, 회당 평균 페이지뷰 200만 댓글 50만이 넘었다는 < 순정만화>의 염장은 적들이 투하한 초강력 핵폭탄이었다. 창 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렸던 날에는 더욱 더. 그 날 두 주먹 불끈쥐고 외쳤던 구호를 간만에 다시 외쳐본다. “우리는 강~철~의 쏠로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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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멘트 »

  1. yuna said,

    December 4, 2008 @ 9:40 am

    저도 그때 두 주먹 불끈 쥐었던 기억이…
    :-|

  2. bliss said,

    December 4, 2008 @ 9:59 am

    요즘 당최 전기가 찌릿.하고 통하는 영화가 없어요. 작은 영화들이 있긴 하던데 챙겨볼 시간은 안 되고.. 유일하게 저기서 미인도 하나 봤는데. 허걱~했어요. -0-; 그나마 우리 영화중에 최근엔 전도연.하정우가 나온 “멋진 하루”가 개중 나았던 듯… -0-;

  3. 피로회복제 said,

    December 4, 2008 @ 10:38 am

    좋게 생각하면~~~~~
    미인도~ 예쁜 그림 풍경도 나오구요
    아내가~ 적응에대한 교훈? 머 이런
    순정만화~ 감정이입 하기 힘든 나이? 감정을 이입해 보시면 좀 더^^낫지 않을까요…

  4. 앵~ said,

    December 4, 2008 @ 10:47 am

    지금 3편의 영화 모두 보지 못한 상황인데요 ^^;;;
    그랴도~ 우리의 순정만화는 만화로 봤을때,
    왠지 모를 미소가 띄어졌던 기억이~ 캬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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