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듯이 햄릿(Hamlet Cantabile) : 희극으로 살아남기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정말 그렇더라. 식은땀 줄줄 나는 고민도 친구의 눈으로 보면 지지리 궁상이나 속터지는 우유부단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조금만 떨어져 봤더니, 그 대단하신 햄릿이도 익살과 농담 넘치는 한 판의 희극이더라. 꿈결같은 하룻 밤의 난장이더라. 아 위대하신 ‘거리두기’의 힘이여…
막간에 등장해 꿍~한 분위기나 환기시키던 하찮은 광대들이 죽은 넋 달래 저승으로 보내는 장례쟁이(일종의 보람상조??)로 나서 극을 이끌어간다. 감히 왕자님 친필 일기장까지 꺼내들고 짛고 까불며 죽음으로 이르는 심각한 비극의 과정을 제 3자의 놀이로 낱낱이 재현한다. 그걸 네 명의 광대가 다한다. 지난 10여년의 세월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 뛰다>의 시그니처, 인형과 소품의 힘을 빌어. 이제는 여기에 노래가 더해졌다. 정신을 쏙 빼어놓을만치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야기를 보는 ‘입장’이다.
“넌 너무 생각이 너무 많아.” => 저 새끼 왜 저래. 속 터져 진짜. 말만 열라 많구. 아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살던가, 아니면 가서 확 질러버리던가. 아마도 이게 그냥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들이 햄릿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반응 아닐까? 어렵지 않고 폼잡지 않아 딱 와닿는 이 눈높이 해석이 좋았다. 그걸 너무 신나게 속시원히 말해줘서 좋았다.
응용해 보자면…
맥베드 => 왜 그러구 사니? 아둥바둥 해봤자 한 세상인디.
로미오와 줄리엣 => 쯧쯧 애들이 아직 어려서…
리어왕 => 님하~~귀에 들리는 말이 전부는 아니삼~~ 나이값 좀…
비극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이란게 있을까? 유체이탈하듯 저 멀리 떨어져서 괴로운 나를 남인양 바라보며 낄낄대며 웃기라도 할 수 밖에. 삶이란 너무 중요한 것이어서, 늘 진지하게만 말할 대상은 아니라고 오스카 와일드님도 말씀하셨지 않은가.비극의 삶을 살아남는 또 하나의 생존전략.
한 장면 한 장면 너무나 공들인 티가 나서, 같이 본 친구는 그러더라. “저러다 인생 그냥 가겠다.” 그냥 연극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극장 안과 밖의 구분없이 떼지어(?!) 살며, 수 년을 반복해서 만들고 고치고 발전시킨 결과물. 오리지낼리티는 온 인생, 추상적인 의미의 인생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 매 순간 순간을 바쳐 쥐어짜낸 액기스다. 그 진한 액기스를 받아마시고 나니 메마른 정서나마 잠시 회춘하는 듯 했다. 이를 위해 쉼없이 계속 뛰어주는 모든 뛰다님들께 감사를.
유진이가 본 뛰다의 첫 공연 – 또채비 놀음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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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란양. 어릴 땐 타고난 배우였지만, 어느새 훌륭한 배우가 되었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곧 인간 문화재로 지정받을듯 ㅋ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2007.10. 가로수길 < 블룸앤구떼>
ps. 왠만하면 구찮아서 문화생활 생략하고 살며, 뮤지컬이니 영화니 뭘 바도 시큰둥한데 간만에 오감이 쫑긋서는 체험을 했답니다. 끝나서 아쉽네요. 다시 하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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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란 said,
December 14, 2008 @ 1:45 am
네이버에 블로그 만들었다. 헤헤
http://www.blog.naver.com/naani318
너 온 날 태경이 형도 오셨었더랬어.
너 가고나서 1분도 안 돼서 분장실로 오셨더라구.
갑자기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돼더라구, 형앞에 있으니까.
십 칠 년? 쯤되는 시간을 휙하고 날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제법 이상했어.
좋은 글 고마워. 에헤… 우리 식구들에게 보여줘야지 에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