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08

웰빙이 아닌 BEING, 잘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지난 1년만도 충분히 지긋지긋했는데, 내년에 더 심해진댄다. 남대문이나 태워먹구, 엄한 운하 삽질에, 대기업 상납은 계속되고, 오갈 데 없는 서민 경제에 목도리가 왠 말이냐. 아 속 터져…홧병이 쌓여 무기력으로 진행 중. 뉴스 펼쳐보며 분통 터트리는 것도 이젠 지친다. 겨우 1년 만에.

도망갈 곳은 스포츠였다. 드라마와 영화, 공연 등 픽션의 세계는 멀어졌고, 대신 가공되지 않은 스포츠의 세계가 다가왔다. 축구와 격투기는 덜 봤고, 골프는 엄청 많이 봤다. 주말은 골프를 치거나, 스크린을 하거나, 골프 연습을 하거나, 골프 중계를 보거나로 지나갔다. 올해의 이어베스트는 10월 5일(일) 충주 그랜드 CC – 105개. 내가 밟았던 인도어, 파3, 퍼블릭, 정규홀들아~ 내년에는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 열튼 새해엔 더욱 파릇파릇해져라.

올해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업무 청탁을 받은 해이기도 했다. 회사가 회사다보니, 온갖 친척, 친구, 지인들에게서 문의와 요구 사항이 쏟아진다. 게시 중단 같은 가벼운 이슈에서부터 데이터 등록, 담당자 확인, 집안 해외 여행 섭외, 제휴나 마케팅 제안, 구인구직, 메일 서비스 확인, 해괴한 펀딩 요구(?!), 촛불시위 해명까지 별별 요청, 질문을 다 받았다. 대부분은 전사 대외 프로세스로 돌렸고 원칙상 불가한 것들은 정중히 돌려보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물론 했지. 지인들아, 인제 새해엔 요청 좀 그만요. 나 도깨비 방망이 아니야.

일에서는 새로운 전기를 찾았다. 새로운 조직, 새로운 업무 속으로 나를 밀어넣고, 아주 오래간만에 ‘적응’을 강요해 봤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주는 신선함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시간. 만족한다.

술은 좀 덜 먹었다. 알콜 지수가 피크를 쳤던 2007년 대비인데, 여전히 와인과 정종 사이에서 밤마다 꼴짝쇼를 펼치기는 한다.

야심차게 계획했던 운전 면허은 올해도 못땄다. 유가 상승과 경제 한파의 이중고로 다시 한 번 좌절. 운전대 잡을 날이 오긴 올까? 그러고 보니 운전도 못하는 내가 그렇게 골프를 치러다닌 것도 대단했다. 여기서 올킬 한 건~ 새벽 6시에 캐디백, 보스톤 백 메고 용인행 버스 탄 여자 나말고 또 있었을까? ㅋ

여행은 많이 간 건지, 조금 간 건지 모르겠다. 해외 여행은 골프로 1월에 중국, 6월에 일본. 그리고 없다. 국내 여행도 대부분 골프를 끼고 가서 발로 걷고 새로운 환경을 흡수하는 여행의 고적한 맛은 느끼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분명 골프는 많은 것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환희의 편차는 여전히 컸다. 이것은 아마도 시간과 무관한 나의 특성일까? 내년에는 그 격차가 조금은 줄어들었음 한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단순해지는 법을 조금은 더 배웠다. 새해엔 더 단순해졌으면 한다. 나의 에너지는 점점 더 내 안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엔 지애가 많은 기쁨을 주리라. 년말께는 경제가 나아지겠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리고 셋팅해 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도. 끊고 싶은 탁한 중독도. 잘 되었음 한다. 성장하고 싶다. 비록 그 말 속에 ‘노쇠’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행복해지는 건 새해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끝으로 지인들에게 한 마디 “각자 각자 잘 살자~!” 얼굴은 자주 못 봐도, 그대들의 존재가 나의 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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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멘트 »

  1. 최재헌 said,

    January 2, 2009 @ 9:07 am

    오랫만이군요.
    예전에 얼핏들은 데서 여전히 생존중인것으로 파악되는군요.
    전 낙향하여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티벳의 깊은 산골에서 따뜻한 난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세상을 바라보고자했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촌로의 눈은 여전히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naani318 said,

    January 3, 2009 @ 12:30 am

    ‘노쇠’라는 네 강조를 읽으며 김우창 선생님의 이런 글귀를 떠올렸다.

    수(愁)라는 글자는 가을(秋)의 마음(心)이고, 가을의 마음이란
    생명의 순환에 대한 느낌이고, 생명의 쇠퇴에 대한 느낌이고
    생명의 쇠퇴가 주는 어떤 슬픈 해방감을 얘기한다.

    쇠퇴하는 생명이 주는 슬픈 해방감에 대하여,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나 보다. 그 어떤 슬픈 해방감에 대해… 제대로 대처해야 할 터인데…

  3. 윤정 said,

    January 10, 2009 @ 3:08 pm

    그니까 그 도깨비 방망이 말이야. 워낙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주니 써먹고픈 마음이 절로 드는 게야. 그니까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란 말씀.
    으히히, 나 올 봄에 교토 갈 꺼거든. 하하하.

    그대의 존재가 나에게도 늘 힘이 된다오! 감솨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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