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질링 : A Tru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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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2009년 대한민국의 오늘이 낱낱이 들어있다. 어이없는 공권력의 횡포와 촛불집회, 그리고 연쇄살인과 사이코패스까지. 심지어 그 싸이코패스의 인권까지도. 현재 상태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는 다 모아놨다. 엉뚱한 아이를 찾아 준 경찰에 맞서는 엄마의 눈물겨운 투쟁 정도로 기대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가장 선명한 것은 사이코패스의 불가해한 행적. 지난 몇 주 쏟아지는 뉴스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렸던 탓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힘겨웠다. 어설픈 정의의 구현대신, 희망을 가장한 고문의 뫼비우스 띄를 이어가야 하는 남은 자의 비극에 가슴이 먹먹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죽음 앞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서 내 안의 감춰둔 공포를 대면했다. 닭장의 헐거운 틈을 찾아내는 생존에의 욕구가 가여웠다. 여유로이 썩쏘를 날리는 경찰의 표정에서 싸이코패스의 또 다른 얼굴을 봤다.

하지만 거기의 피켓집회는 변화를, 희망을 만들어 낸다.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은 80년 전 LA에도 못 미치는 것일까?

영화의 완성도니 이런 건 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끝날 때가 됐는데 쯤에서 타협하지 않고 계속 밀어 부쳐 그 이상을 끌어내는 감독의 경지에 감탄할 기분도 아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영화의 시작부에 A True Story라는 자막이 뜬다. 이 말의 정체는 영화가 전개될수록 더욱 소름끼친다. 현실은 언제나 픽션을 압도한다. 2009년 2월의 대한민국 역시, 그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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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멘트 »

  1. 달노래 said,

    February 8, 2009 @ 11:38 am

    아… 이 영화 보고 싶네요. 출근하고 일하랴.. 바쁘다는 핑계로 요즘은 찻집에서 커피를 시켜놓고도 “후르륵” 들이키고 달려 나가야 할 정도니..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무실 밖에서는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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