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 나홀로 일본(2) - 하코네의 아름다운 시간들

신주쿠역에서 5600엔짜리 프리패스를 끊어 내가 향했던 곳은
하코네.

하코네…!!

# 하코네 가는길

서울에서부터 파김치로 와서 그런지
복잡한 동경을 파헤칠 엄두란 전혀 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다.

해서 전혀 일정에 없었던 하코네로…
유진이가 따랑해 마지않는 온천의 고장, 하코네로.

신주쿠에서 하코네로 가는 급행

하코네 유모토로 가는 전철…유모토에
늦지도 않은 저녁 나절이건만 객실엔 나 밖에 없다.

이 느낌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난 이렇게 여러 번 텅 빈 객실에 혼자 놓여졌었다.

설국(雪國)의 첫장면,
눈의 고장을 향해가는 기차안 풍경을 묘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이 차창에 번지는 것 같다.
그는 풍경의 안과 밖을 함께 비추는 기차의 차창을 ‘거울’로 묘사했었다.

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흐르고 있었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였다. 등장인물과 배경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은 투명한 덧없음이었고 풍경은 저녁 어스름의 희미한 흐름이어서 그 두 가지가 융합되면서 현실 세계가 아닌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더구나 아가씨의 얼굴 한복판에 산과 들의 등불이 켜질 때는 시마무라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슴이 설레였다.

미지의 고장을 찾아가는 나에게도 이 풍경은 현실계과 상상계의 퓨전이다.
앨리스라도 된 듯한 이 기분을…몹시도 좋아한다.

허나, 현실은 현실인것들… ㅠ.ㅜ

하코네 유모토역

어디로 가야 하나. 이렇게 대책이 없어도 되나
프리패스 잊어먹구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역무원들의 도움으로 다시 찾는 수고까지도…내 추억의 일부.

6시 조금 넘었는데 이미 캄캄하다.
여긴 동쪽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동쪽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념도 사상도 예술도 아닌
단순한 물리적 위치가 만들어내는 이 커다란 차이

#모토 하코네에서의 패닉

사람이 몇 안 타고 있다.
나는 버스 안에 실려있다.
안개비가 내리는 이 낯설디 낯선 공간의 어둠을 바라보며…

안개비 속의 모토 하코네
종점

같이 버스를 타고 내린 연인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다음
이 작은 관광지 동네엔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다.

간신히 호텔 하나를 찾아 하룻밤에 1만 5천엔을 감수하자고 작정을 해도
이미 오늘 밤은 다 방이 찼다고.

방이 다 찼다는 사실보다
이 대책없는 여행자를 외면하는
그들의 무심함이 더 서럽다… -_-;;;;

Tourist Information도 문을 닫고
한 두개 불 켜진 관광품 파는 가게를 들어가봐도,,,
오늘 밤에 대한 아무런 솔루션이 안 나온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꽤 오랜 혼자 여행 경력에 왠만한 상황에는 대처가 되건만
이 소통 불능의 무기력앞에선 백기펄럭이다.

난 뜨거운 온천이 달린 작은 방 하나를 원했을 뿐인데

아까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연인을 다시 우연히 만나 물었더니
서툰 영어로 이미 차는 끊겼단다.

춥고 배고프고 피곤하고 막막하고…
그냥 눈 앞이 캄캄…………
모토 하코네를 이리저리 맴돌고만 있다.

그후로 약 45분 후..

범죄의 현장 흐흐..

# Making Friends in Hakone

…And that’s why Hakone is so beautiful to me

버스정류장에서 폴 일행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해야 할까?
일단의 서양인(=영어가 통하는 이들~!)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리더인 폴과 이야기 해보란다.

큰 키에 그냥 전형적인 서양사람처럼 보이는 폴이
나를 보자마자 유창한 일본어를 늘어놓는다.

No, I’m Korean. I can’t speak Japanese.

그리고 내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자기들이 돌아갈 유스 호스텔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같이 가서 주인에게 방이 있냐고 물어보자고 하더니

좀 있다간 아까 일본인 두 사람이 왔다가 돌아가는 것을 봤다며
그냥 자기들과 함께 몰래 숨어들어가서 자고 가라고 했다.
안 그러면 비오는데 이 바깥에서 잘 수는 없지 않냐면서.

눈물나게 반가운 멘트였다.

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숙소로.
해서 유진이는 이 낯선 열 일곱명과 보낸 이틀간의 만남이 시작된다.

함께 방을 쓴
스퀴시, 제시카, 리타..

호주 퀸스타운(랜드?) 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약 3주간 일본을 방문중인
방년 16세의 꽃띠 아가씨들.

아무런 그늘이나 구김살이 없이 밝디 밝은 친구들이었다.
끊임없는 수다와 장난칠 궁리들로 머리 속이 가득한

Evil Bread..Evil Smile…
모든 명사 앞에 이블을 붙였던 스퀴쉬

찬찬히 들여다보면 너무 곱고 예쁜 얼굴인데
언제 어디서든 본인의 엽기성을 감추지 못한다.

뭐랄까..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친구역할 같은 거 하다가 튀어나온 듯한^^

이들은 고등학교에서 Japan을 전공하는데 (고딩때부터 전공이 있단다)
지난 2주간은 일본의 결연 학생들 집에서 묵기도 하고
동경 여행도 하고 그랬단다.
내년에는 일본 친구들이 호주로 방문한다고.

벌써 한 2,3년씩 일본을 전공해서 그런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고
일본말도 제법 할 줄 안다. 와…

한국과의 교육 시스템의 차이를 느끼는 대목

결연을 맺은 일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들
10대 소녀들의 엽기발랄취향은 국적을 초월한 코드

일기 쓰는 제시카(Jessica)
혹시 블로그를 아냐고 했더니만…전혀

스퀴시의 사촌 동생…행동은 엽기라도
조카에 대한 사랑은 끔찍했다.
이렇게 따로 앨범을 들고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큼.

그렇다고 한시라도
장난을 멈출 순 엄따~~

희한한 모자와 양말 길다란 머플러를 치렁치렁
입만 열었다 하면 엽기성 멘트들을 내밷는다.

놀러온 애런(Aaron)이 합세했다~!

ㅎㅎㅎ

리타(Rita)

나를 자기들 방으로 숨겨들어오면서
폴과 아이들은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나름의 위장 계획(camouflage)을 세웠는데
예를 들면, 모여서 한꺼번에 들어가고 나는 그 속에 숨어서 기어간다..등등 ㅎㅎ

계획대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가고
폴은 주인 부부에게 말을 걸면서 관심을 분산시키는 동안

리타는 자진해서 자신의 커다란 덩치로
나를 뒤에 숨겨 2층까지 올려다 주었다.

여행하다 보면 필요할 거라고
일본 친구가 줬다는 Tourist Language Handbook도 쥐어주고.

좋은 사람들…착한 아이들
호주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걸까?

얼었던 마음이 난로를 켜놓은 것처럼 훈훈해진다.

선생님인 폴(Paul)과 카일리(Kylie)
오늘 찍었던 동영상을 보면서 하루 일을 돌이켜 보고 있다.

폴은 여기 선생님이고 17명의 일본 여행을 인솔하는 총괄책임이고
나랑 동갑이고, 와이프가 일본인이고
정말 좋은 호주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여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거리낌없이 이야기한다.

카일리옆의 여자친구는 카일리가
선생님이지만 또 자기 엄마(Mommy)라면서
늘 카일리를 마미라고 불렀다.

이런 카일리도 27살 밖에 안된다 -_-;;

한국에서도 이렇게 ‘대거’ 10대들과
하룻밤을 보낼 기회란 거의 없는데

정말 간만에
심권호도 못당하는 10대들의 운동량 + 수다를 실감할 수 있었던 하룻밤

게다가 플러스 알파의 기막힌 보너스!!!

먼저 샤워하고 온 친구들이
샤워장이 너무나 *scary* 하다고
게다가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자기들 stink..고약한 냄새나지 않냐고 해서

No~! You smell something, but you don’t stink (^^)
라고 가볍게 대응해주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와봤더니..

온천
온천이었다!!!!
아으~~~~

아이들이 싫다고 도리질 친 그 냄새는
진짜 유황 온천에서만 나는 그 독특한 썩은 달걀냄새였다

신은 이렇게 고생끝에 낙을 주시는구나.
감사합니다..아리가또 고자이마쓰 a lot..a lot… ㅠ.ㅜ

열어둔 창으로는 시골동네의 차가운 공기가 솔솔 불어들어오고
타닥타닥 유리창에 부딪치는 비소리
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탕속에서 지친 몸을 뉘인다.

내가 오늘 밤에 바랬던 모든 것을…
이렇게 또 누리고 있다.

행복했다.

한 두어시간 그렇게 온천을 즐기다 방에 들어와
자리를 나누고 이불을 펴고

집에 있는 CD를 듣고 싶다고…자기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도 잘 데가 되니 집이 그리워지는
영낙없는 10대 아이들이 파자마토크를 엿듣다가
골아떨어짐

밤에 잠깐 눈을 떴는데
이 어린 친구들이 내뿜는 조그만 숨소리가 어둔 방안에 가득했다.

파란 눈, 다른 언어
그래도 이 숨소리만은
하나도…다르지 않다.
같은 존재임에 대한 실감…

밤새도록 하코네에는 비가 내렸다.

# 하코네 여행…모든 것은 마음에서

다음 날 아침
일나자마자 또 후딱 온천을 하고 나와보니
어느새 비는 개어있다.

멀리 산자락에서는 연기가 피어나는
더 이상 프레쉬할 수 없는 하코네의 아침

단순 셀프샷이 아니다
눈물나는 생존기념^^

하드코어 걸로 변신한 제시카

스퀴쉬의 모자를 빌려쓰고,
일본에서 산 SM(^^;;) 개목걸이에
린킨파크 티셔츠까지…ㅎㅎ

Hakone Lake Villa Youth Hoste

폴은 자기들은 유람선도 타고 온천도 할거라고
별 일정이 없으면 자기들과 함께 이동하잔다.
얏호…~~

그렇게 이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우선 유람선
아시노코(Ashi Lake)를 건너는 약 2,30분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들…

# 영계들과 함께(^^)

작가 지망생 애론(Aaron)

With 애론
애론은 17세 작가 지망생
이메일 아이디부터가 Unpublished Author

나는 나보다 half the age..라고
한국에서는 이럴 때 young chicken이라고 한다고 했더니

그래두 키는 자기가 더 크다면서 제법 남자티를 낼라구 한다. ㅋㅋ

수첩을 홀라당 잊어먹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그래두 이뻤다.
생긴 것두 하는 짓두

Gangster Yellow 티셔츠라며
좋아했던 친구

또 한 명의 선생님인 아네뜨(Annette)
사진을 보여줬더니 우리 둘 다 so,so stupid하게 보인다며
너무나 너무나 좋아했다.
ㅋㅋㅋ

26살(호주나이)인데
자기 나이가 되니까 좋은 남자가 모두 사라졌다고.

나는 걱정말라구..30이 넘으니까 좋은 남자들이 다시 우루루 출몰한다구
돈 많고 성격좋은…who is married.

국적을 초월해 노처녀들끼리 통하는
만국공통의 코드 ㅎㅎㅎ

나와 하룻밤을 보낸 세 처자와 선생님인 폴

놀라웠던 점은
선생님과 학생들간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틈나는 대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일본에 대해 잘 아는 폴은 틈나는 대로
어린 친구들에게 일본의 이것저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아이들은 느끼는 바를 바로바로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고

화장도 하고, 의상도 하드코어였지만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계란 참 그렇게 아무 부담없는 열린 것이었다.

배위에서 셀프질
그래도 이만하면 많이 자제한 편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아시호를 건넌다

# 로프웨이, 등산케이블카, 등산버스…다양도 하여라

하코네 로프웨이
여섯 명씩 짝을 지어 케이블카를 타고 하코네를 오른다.

비가 와서 운치는 up&up~!

작가 지망생 답게 현장 포착에 여념이 없는 애론

자기들끼리도 사진찍어주고 난리다.

호주엔 싸이도 없을텐데
이 아이들은 어디다가 사진을 올릴까…

네이버 블로그에 포토로그가 새로 생긴건 알까.. ..ㅎㅎ

여하튼 이에 질소냐
유진이도 가열찬 셀프질로 맞선다~!

비…

로프웨이에서의 풍경들

10대답게…끊임없는 주전부리

Friendship is giving your chocolate away….

서로 맛있는 걸 나누어 먹는 것 만큼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 또 있을까?

Squishy’s Badges
널바나, 시리얼 킬러, 레드핫칠리페퍼스..

청춘이 동경하는 방향은 어디나 비슷한가보다.

스퀴쉬는 꼭 이 사진의 제목을
Squishy’s Badges으로 해달라고 했다.

로프웨이 안에서
같이 모인 운동화들…

어때 나이를 초월했지? ^^V

오와쿠다니에 도착
잠시 화산 지역을 돌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에까지도 혈액형 운세가…ㅎㅎ
느무느무 반갑다.
군데, 왜 별자리 궁합은 없는거시얌~!

오와쿠다니의
일명 지옥 언덕

화산폭발로 생긴 언덕인데,
화산 연기와 군데군데 퐁퐁 솟아오르는 화산샘(?)들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어제밤 유스호스텔 온천장에서 맡은 것과 똑같은 냄새가…자욱^^

어디서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종균의 레커멘드에 충실하고자
반팔만 준비했기에
사실 고도가 좀 높은 하코네 지역을 돌면서 오들오들 한기를 느꼈는데
이 오와쿠다니의 뜨거움 김에 조금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뜨근한 김 속에서
기념 한 컷

구여븐 것~!!!!
내 고등학생 때 얘기를 해 줬더니
한없이 신기해했다.

‘화장도 귀를 뚫는 것도 담배도 술도 안된대..’ 하면서..
ㅎㅎ

여기에선 온천물로 익힌 검은 계란이 명물인데
선생님은 아이들을 불러놓고 직접 검은 계란을 사서

까게 해 보고 먹으라고 해보고 그 맛을 물어보고 …
이러면서 진짜 산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아..이런 게 교육이구나.

친구들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해, 또 교육에 대해 가지는 애정또한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조금 장난이 심한 아이들도 몇 있었는데
폴은 그 애들조차도
Sometimes strange..But they’re good kids 라고 한다.

왜 한국의 부모들이 호주로 자기 자식을 보내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다.
정말로 정말로….내 자식이 생긴다면
폴과 카일리, 아네뜨와 같은 선생님에게 교육받게 하고 싶다.
그러면 정말루 안심이 될 것 같다.

제시카와 폴,
그리고 아네뜨까지

그들은 나에게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진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오갈데없는(^^) 낯선 이방인인 나를 이처럼
한없이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잊을 수 있을까…

다시 로프웨이 타고 소운잔으로

공간 속으로

하코네에서는
어디서든 연기가 솟아오른다..

잠시 폴이 예전에 찜해뒀던 식당에서 맛나게 밥을 먹고
소운잔부터는 등산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한다.

등산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일행들

너덜해진 프리패스
5600엔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히치콕 스타일 3단 점프컷 흉내~! ㅋㅋ

유진이 기념컷

소운잔에서..^^
왼쪽 여자 아이는 카일리를 마미(Mommy)라고 부른다.
선생님인데, 또 마미란다.

케이블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그건 오히려 로프웨이에 가깝다)
로프로 이동하는 산악 열차같은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길을 내려가면서
하코네의 조그만 마을들을 지나쳐간다.

시간만 더 있다면 정거장 하나하나 들려보면서
구경하고 싶다.
다음 기회란 게 있다면.. ^^

하나도 고마운 영계가 셋씩이나..
감사합니다 ^^;;;

모두들 너무너무 이쁜 아해들이었다.
딱 그 나이같은.

아네뜨 옆에는 티건
16살인 티건은 어젯밤에 호주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7장이나 썼다고 한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을까.. ㅎㅎㅎ 이쁜 것들.

가는 도중에
폴이 욘센(온천)하고 갈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니
몇몇이 손을 든다.

우리 같으면 무조건 프로그램 짜 놓고
다음은 온천이다, 한명도 빠짐없이 집합~ 이랬을 거 같은데
안 가고 싶다는 애들을 굳이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고
팀을 둘로 나누어 욘센 안 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짠다.

안 내키는 억지로 시키지 않고
하고 싶은 애들은 잘 할 수 있게 해 주고

스고이~~!

:-)

난 욘센하고 싶은 그룹과 함께
오히라다이역에서 내렸다.

폴이 미리 섭외해둔 작고 싼(수건 빌리는 값까지 350엔 ㅎㅎ) 온천장으로~

욘센,욘센이당~~

작은 정원이 딸린 반야외온천
난 완죤 노천탕을 기대했었는데, 어쨌든 이것만으로도 상당 만족~

폴 일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무수한 하코네의 지점들과 교통편들을
또 얼마나 헤매며 정신사나워야 했을꼬…

목욕하고 나오니 더 이뿌당…후루룩 ㅋㅋ

오히다라이역에서

어쩌면…누군가가 바래준 행운이 따랐을까.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열차는 다시 하코네의 시작,
하코네 유모토로~!

하코네 유모토역에서
마지막 기념촬영

폴은 그렇게 대책없는 내가 걱정스러웠던지
동경에서 묵을 괜찮은 유스호스텔까지 알려 주었다.
말못하는 나를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까지 해 주고.

그러면서도
폴은 애들한테 시달리지 않았냐고
오히려 나보고 미안하다고 한다.
세상에….

유진이가 About me에서 고백했듯이
호주는 나에겐 정말 매력 빵점의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맨날 세상에 하나 재미없는 오씨들…하면서 빈정대기나 하구.

그 호주 친구들에게 이렇게 더할나위 없는 우정과
때묻지 않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아이들도 그랬다.
시끌법적 화장에 수다에 하드코어 의상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금방 나를 친구로 받아주고, 어디 불편한 데 없을까 배려해주고,
열린 마음으로 거리낌없이 대화하고
호주의 자연이 길러낸 사람의 아름다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폴이 그런다.

길게 보진 않았지만,
You look quite a traveller..
So 다음 번에는 꼭 호주에 오라고. 기다리겠다고.

나는 대답했다.
Actually, I had no plan to go to Australia before.
But now I have one.
꼭 호주에 가겠어요. 당신들을 다시 만나러 갈거예요.

우린 친구니까요.
돌아가자마자 이메일을 쓸께요. 우리 꼭 연락하며 지내요.

폴은 정말로 정말로 꼭 그렇게 하잔다.
그냥 인사치레가 아닌
진정한 마음의 바램이 담아.

(아 그런데 폴,,,
나는 일개 봉급쟁이라구요.
quite a traveller와는 전혀 관련없는 인생을 사는.. ㅠ.ㅜ)

수첩을 잊어버려 메일도 사진도 못 보내고 있지만
하지마 폴, 약속을 지키겠어요.
어떻게든 찾아갈께요.

혹시 호주의 queenstown 혹은 queensland highschool
에 일본어를 잘하고, 와이프가 한국계 일본인이면서
이름이 Paul인 선생님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 있으면
꼭 연락해 주세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호주에는 꼭 가봐야지.

그리고 이런 사람의 아름다움을 지켜낸
그들의 위대한 자연을 만나보고 싶다.

사람이 자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지키는 것

나에게 하코네는
너무도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친구들이 함께 했기에…

[2004.9] Lost in Tokyo…그 7일간의 이야기

4 코멘트 »

  1. 봉봉 said,

    October 21, 2004 @ 2:06 am

    와우,, 길기도 하여라…
    정말 다행이다.. 호주아이들 만나 잘 자구…
    그 대처불능의 상황.. 나두 몇 번 겪어봤어…ㅋㅋ
    하늘이 도왔네… 온천가서 쫌 몸 좀 담그고싶다~ ㅋ

  2. Kylie said,

    November 30, 2004 @ 8:42 pm

    Jenny! What wonderful pictures you took while we ventured around Hakone with you. We had a great time meeting you that’s for sure.

    I have no idea what half the comments say as the extent of my Korean is counting to ten and a few martial arts commands, so I’ll just leave it as this.

    Feel free to drop us an email - I have a non-blurry shot of the onsen group if you want it.

    Kylie

  3. Paul (from Hakone) said,

    December 1, 2004 @ 6:57 pm

    Jenny,

    How are you!!!! Looking at your photos brought back some great memories of the short time we were able to enjoy together. I trust you enjoyed the rest of your time in Japan and got back home safely.

    As for us, the rest of our trip to Japan was as much of an adventure as our time in Hakone. We all managed to finally return home in one piece, definately exhausted but certainly more worldlier for the experience.

    Anyway, we’re now back in our little tropical corner of Australia, all doing well. I’d love to keep in touch and hear what you’re up to. And hopefully the next time you choose to do some solo travelling, you’ll choose to come down here! Take good care,

    Paul

  4. Jeanie/Jenny/youzin(in Korean) said,

    December 1, 2004 @ 8:17 pm

    Wow…Paul~~ & Kylie~~

    How..how did you find this place? It’s just amazing. I was
    trying so hard to get some information about you only to fail.. Just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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