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째 태국 – 2005. 8 Sunday ~31 Tuesday
동경은 배우고 누리는 곳
방콕은 내가 사랑하는 곳
바로 실망했으면서도 다섯 번 줄기차게 찍으며 일본이, 동경이 좋아진다 좋아졌다…
나이가 드니 역시 좋은 게 좋은 거고, 좋은 걸 누릴 줄 알게 되어가는 구나.. 생각했지만
방콕에 와 보니, 아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인생에서 배우는 것도 좋고 누리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것이 젤로 좋구나.
남자가 아니라 한 도시를 통해 느낀다.
# 태국에서 머리올리기

처음 와 본 수완나폼 공항.
어색했다.
거대하고 깔끔해서. 내가 좋아하는 태국의 냄새가 안 나서.

처음 와 본 골프장
파타야 근처 크리스탈베이 CC

골프장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이 넓디 넓은 데 쬐그만 구멍 하나 뚫어놓구 공 넣는 거.
왜 굳이 그런 걸 해야 하는지, 잘 이해는 안되는 전제였다.

골프는 마음을 볼 수 있는 경기라는데.
쎈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도
물 앞에서는 꼭 한 두 클럽씩 길게 잡아야 생각한 거리만큼 나간다.
스윙은 그만큼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드러낸다.
욕망과 두려움을.
그런 점은 좋았다.
물론 클럽에 공이 맞는 경우에만. –;;
하체만 박세리
4일간 5번의 라운딩.
그래도 Par~도 한 번 했다는 거. 보기도 몇 번.
파 3 홀에서는 원 온도 시켰고, 드라이버로 나름 장타도 날려봤고
우드로 공을 저 멀리 띄워보기도 했다.
겨우 비행기값을 모아 모아 한 번씩 다녀 갔던 이 곳에서
이젠 이런 걸 하고 있네~
좀 먹구 살만해졌다구,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피를 나눈 친구와 멀어진 느낌.

그래서였을까?
낡은 썽테우에 홀로 실려
떠나면서야 오히려 편해지던 마음.
신기한 골프 체험.
# Chaotic Khaosan Night, that I LOVE
방콕으로 향해가는 두 어시간 버스 속에서야 비로소
내 자신으로 돌아가는 느낌.

카오산의 밤이다.

참말 정신없어진 곳.
그래도 무질서 속에서 불꽃처럼 이는 생기에
마음이 환해지는 곳.

라이브 클럽들이 많아졌다.
저 위에 옥상 라이브 클럽.
밤마다 노랫소리와 박수 소리, 사람들의 함성이 흘러나와 나를 유혹했다.

노래부르는 아이들
그냥 메인 로드만 걸어다녀도 볼 거리, 할 거리가 가득하다.
아쉬운 점은
나와 친한 길거리 화가 친구들이 죄다 메인 로드에서 쫓겨났다는 거.
예전에는 상점들이 밤이면 문을 닫아 그 앞에서 좌판을 깔 수 있었는데
이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상점들로 바뀌어
더 이상 그림을 놓고 팔 데가 없어졌단다.

내가 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라이브다.
예전에는 카오산에 이런 게 별로 없어서
라이브 들으려면 시내 나가야 했는데
이제 카오산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원스톱 솔루션이 되어버렸다.
마사지, 라이브, 쇼핑, 레스토랑, 숙식 …..에 이르기까지
꽤 고급의 솔루션들이 들어차있다.

내가 죽쳤던 바는 < 사바이 사바이>
태국말로 easy easy 라는 뜻이라고 한다.

동남아틱 하게 생겨주셨지만
기가 막힌 기타와 노래를 들려주었던 친구.
라이브 끝나고 길거리 배회하다 우연히 마주쳤다.
룸피니 공원 근처의 Ad Maker에서도 연주를 한다는데, 일정이 꼬여서 못 들으러갔다.
대신 사바이에서의 다른 공연 한 장면~
록 밴드인데 ..음 역시 좋다.
걸걸한 목소리의 칼잇수마 리드싱어 오빠는
너무도 진부한 유진이의 신청곡 It’s my Life도 불러주셨다~

흐흐흐
손에 힘줄 잡히는 거 봐.
4일 동안 골프에 매진한 결과다.
지금은 뭐…다 풀려버렸지만.
# Original Painting on Khaosan Rd.
그리고 꼭 들려야만 하는 이 곳.

버드네 가게 Original Painting
세 친구가 합작을 해서 낸 가게라고했다.
바로 조 게스트하우스 뒷골목이다.
익숙한 친구들의 그림이 이젠 제법 그럴 듯한 shop에 전시되어 있다.
아직 20대였던 시절 맨 처음 버드를 만났을 때
맨 처음 버드가 지금 보다 훨씬 못하는 영어로 나에게 떠듬떠듬 했던 말.
I want to be an artist.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씩 버드에게 묻는다.
– Are you an artist now?
그의 대답은
– I don’t know.
이번엔 이렇게 물었다.
– So, what’s your dream?
그의 대답은
– Now, I just want to protect my shop.
세월이 흘러…이제 넌 지키고 싶은 걸 만들었구나.
그에게 질문하지만 결국 늘 난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늘 내가 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이름 좋다~
Fake가 아닌 Original.
그래두, 얘들 노는 건 3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왜 이리 똑 같냐.
저눔의 장기말야.
# 밤 새 노는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

룸피니 공원 근처 야시장
너른 비어 가든에서 끝내주는 라이브를 들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귀에 익은 팝들을 타고난 탤런트의 춤과 음악으로
별 재창조에의 집착도 없이 쉽게쉽게 들려주는 전형적인 동남아스탈 라이브.
대단한 예술성도 아니건만…난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참을 수 없이 가볍고 명랑한 세계관이 너무 좋다.
예술에의 집착 없이 마구 샘솟는 탤런트가 좋다.

방콕 라이브바의 아쉬운 점은 대개 2시면 끝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찾아간 방쿤폼(Bangkunpom)
카오산에서 뚝뚝이를 타고 한 10분쯤 가면 된다.
외국인 하나 없이 진짜 태국 애들이 와서 밤 새 술 먹고 노는 곳.
그래서 허접하지만, 또 그래서 오리지널하다.

술도 먹고 당구도 치고 가라오케도 부르는데.
따로 룸이 있는 게 아니라 넓은 홀의 여기저기에 모니터가 달려있고
예약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명씩 노래를 부른다.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오픈형 홀방식이다.
아무도 눈치 안 보고 혼자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다른 애들은 즐겁게 듣는다.
ROSO의 자이쌍마를 신청했더니 애들이 신기해 하더군. 어떻게 아냐고. ㅋ
다들 함께 따라불렀다~ 물론 나는 자이쌍마~ 그 부분만.
들어봅시다. 로소의 명곡 자이쌍마.# 방콕의 스케치
낡은 가판의 비디오 테이프

버스나 전철에 노란 옷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엔 무슨 아시안 게임 단체 자원 봉사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국왕의 생일을 기념해 매 주 월요일 그리고 가급적 다른 날도 노란옷을 많이 입는단다.
대단하신 저 royalty.

백화점 매장에도 노란 옷들이 그득그득.
엘르 매장이라는 거. –;;

대규모 쇼핑 센터 씨암 파라곤 지하의 레스토랑
튀긴게를 곁들인 쏨땀
원래 누들은 없었는데 특별 주문해서 맛있게도 얌얌~

결과는 늘..
너무너무 맛있는 거였다. 음음.

이런 데서 혼자 밥먹는 거 너무 익숙하다.
좋은 현상일까?
한국에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왠지 어색하다.
아니면 내 나라이기 때문?
# 카오산의 낮과 밤
다시 카오산으로

개난장판 BrickBar
형용 불가. 그냥 개판이라고 보면 된다.
마구 춤추고 노래하고 정신없다.

일탈 직전의 여인
논스모커의 겉멋샷 —;;;
개난장판 조금 맛보기
라이브에서는 특히 집시 바이올린 같은 거 하는 애가 인상적

또 다른 모습의 낮의 카오산
제법 깔끔하신!

버드 그림이 걸려 있는
카오산 뒷골목의 인도식 라니 레스토랑
밥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여전히 그리는 버드
나는 여전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

MAMA always makes the BEST FOOD

드러워 보이지만

맛은 최고
태국에서의 last but best meal.

밤마다 웃으며 맥주를 서빙해 주었던 사바이 사바이의 친구들
멀끔하신 오른쪽 분이 탄군
꽁지머리 액, 수더분하고 붙임성 좋은 니.
그리고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잔뜩 맥주를 마시고 퉁퉁 얼굴이 뿔어버린 나.

그래도 오고야 마는….
떠나야 할 시간
비행기 타지 말아버릴까. 수없이 생각했다.

tax refund도 받고 해서 바트화가 꽤 남았는데
면세점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고 그대로 들고 왔다.
바트화를 남겨와야만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거라는 약속같은 거라도 받아두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서라도.
정신없고 힘들고 마구 꼬여버린 일정.
최악이었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빠른 시일내 꼭 다시 와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일곱 번 째 방콕행.
살면서 몇 번이나 더 여길 오게 될까?
어떻게 너를 끊을 수 있을까.
내 사랑.
옛날 태국 여행기들
One comment on “[2007년 8월] 유진이의 일곱 번째 태국 여행기 : 안녕,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