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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북큐슈 여행

주말을 낀 가벼운 제주 여행을 알아보던 나.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신을 차려보니 김포가 아닌 인천 공항에 와 있었고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어디에 붙어있는 지조차 몰랐던.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들고 있었다.

공부할 시간도 없었지만, 굳이 계획을 많이 짜지도 않았다.

3년 전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 때문인데.

꼼꼼히 검색하고, 비교와 고심끝에 숙소를 정하고, 맛집과 스팟을 연결하는 경로를 시간 단위로 엑셀에 입력하고,
심지어 구글 스트리트 뷰를 이용해 모의주행 급으로 진행 노선을 실사 확인했던 나머지
정작 삿포로에 도착했을 때 여행에 대한 감흥이 푹 꺼져버렸던 기억.

뭐야. 사진으로 본 것을 눈으로 보고, 짜여져 있는 경로를 실행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냐.

백설의 장관 대신 눈 녹은 구정물이 신발창 아래 질척거리던 거리와 그 때 그 기분이 절묘하게 어울렸었다.
결국 인쇄해 온 엑셀을 던져 버리고서야, 비로소 ‘旅行’ 나그네로 쏘다닐 수 있었음이다.
일정으로부터의 해방! 1달간 리소스를 투입한 계획로부터의 독립선언 ~ -_-;;

이번엔 가볍게 갔다. 캐리어도 없이, 쬐끄만 등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일본 입국할 때 세관 직원이 수하물 찾는 거 잊어버린 아니냐고 묻는 것을, 쿨하게 미소지으며 패스.
하지만 정해진 건, 겨우 잡은 숙소와 산큐 북큐슈 패스 뿐. 일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불안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주던 사람들.
꽉 조인 렌즈로 찍어낸 듯, 한 점 티없이 맑았던 모모치 해변과 말도 안 통하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간 동네 크레페 가게.
황량한 들판 너머로 해가 밀려가던 세노모토 고원, 힘차게 뛰던 비현실적인 말과 폐허가 된 horse cafe…

만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만나게 될 때의 유쾌함.
나를 위해서 뭔가가 미리 계획되어 있다고 느낄 때 온몸으로 발산되는 근자감.

한국에 돌아오고, SD카드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참 좋았다! -_-;;
돌연 상황은 호러로 변신하고, 그 고장난 SD 카드에서 간신히 구해낸 몇 컷들. 완전 소중.
죄다 뒤죽박죽이 되어 정리하느라 애먹었음.

[2012.11] 큐슈 여행 (1) 후쿠오카

[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

[2012.11] 큐슈 여행 (3) 세노모토 고원/쿠로가와

[2012.11] 큐슈 여행 (4) 후쿠오카 다이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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