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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 : Peace, please.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2008)

소박한 빈티지 결혼 예복과 함께 시청 결혼식장에서 완성되는 대단원. 그 모든 무거움을 벗고 다시 세월 속으로..

섹스와 시티가 날개 달고 떠나간 자리에 패션과 결혼이 내려앉았다. 무겁다. 화려함이 넘쳐 부담만점인 옷들도 더이상 비껴갈 수 없는 commitment도. 휘청 휘청…세월 탓이다. 옷으로 저항하고, commitment로 받아들인다. 발랄함을 반납한 대신 깊어진 고민으로 무장하고 세월과 치열하게 다툰 언니들의 < 전쟁과 평화>!

기승전결의 네 단계를 다 구겨넣고도 모자라 뒷통수 때리는 반전까지 보너스로 압축해냈던 숨가쁜 20분의 리듬감과 캐리의 노트북 액정인지 내 가슴인지에 한 자 한 자 찍혀내려갔던 촌철살인들의 물음표들은 실종되어 버렸다. 포스트잇으로 이별을 통보받은 여자에게는 교통 위반 딱지를 면제해주던 센스과 유방암 치료에 머리가 빠져가는 연상 애인을 위해 기꺼이 자기 머리를 밀어버리는 식의 심장철렁 로맨스도 함께. 하지만 별로 아쉽지는 않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그 누가 섹스앤더시티 영화판를 꿈나라 럭셔리 된장녀 교과서라 하는가. 원색의 단청을 입힌듯 강렬한 최첨단 메이크업과 런웨이에서 방금 벗겨온 듯한 명품 의상으로도 깊어가는 주름을 지울 수는 없었으니. 사랑해 마지않았던 캐리의 깜짝한 표정 연기가 영화 내내 불편했던 건 나 뿐었을까? 그 누구도 늙어감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 극렬히 저항하며 노화와의 전쟁에 무한 경비를 지출한 영원불멸 언니 제국이라 할 지라도, 결국 이건 지고 말 전쟁이라는 것. 이야말로 헐리웃의 잘 나가는 네 언니들이 10여년에 걸쳐 몸소 보여주신 초잔혹 리얼리티쇼.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멋진 것이다. 아직도 진행형인 그녀들, 된장녀 최후의 날까지 건배!

그냥 보면 화날 영화. 10년지기 팬이 보면 후일담과 함께 미처 다 하지 못한 이별을 고하게 해 주는 두 시간의 조촐한 작별식. 하지만 더 이상은 스포트라이트 앞에서 만날 일은 없었으면 해. 평화가 깃들었을 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법이자나. Peace, please. 2 u, 2 me.

# 유진이의 섹스 앤 더 시티 포스팅들

유진이가 꼽은 미국 명품 드라마 6 (December 19, 2006)
섹스앤더시티 시즌 6 : ‘감질’의 미학 (May 20, 2005)
바이블 시즌 4 시작 : Four Girls Are Back! (November 5, 2003)

sexandthecity.jpg 거 참 비교된다. 같은 제품, 너무 다른 포장. 파리 vs 방콕sexandthecity_thai.jpg

One comment on “섹스 앤 더 시티 : Peace, please.”

  1. 주름이 참 안스럽긴 했어. 그러고보면 이제 내 나이 또래 배우들의 주름은… 참 안스럽게 느껴진다. 내 얼굴은 내 가 못보니 안쓰럽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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