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기분이 정말 별로야.
짐을 챙기는 것도, 등따신 내 방을 떠나는 것도, 혼자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서는 것도
다 싫어.
늘 혼자 떠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행 같은 것에 기대하는 바도 별로 없고, 사실은 뭐든 귀찮아하고 나 좀 그래..
물론 나가보면 알지.
왜 스스로에게 별로 내키지도 않는 여행을 종용했는지.
난 프리랜서야.
오늘같은 날은 그 사실을 더욱 뼈져리게 느껴게 되지.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늘 내가 가진 한 방의 힘을 의심하며, 내가 쌓아온 내공의 무게를 스스로 재어 가며 한발 한발을 내딛어.
프로젝트 제안을 할 때, 클라이언트를 설득 할 때
난 늘 '칠 수 있을까? 넘겨뜨릴 수 있을까?'를 회의하며 부들부들 링에 오르는 복서가 돼.
주먹을 뻗은 순간, 상대방이 되받아치는 강도를 가늠하며 안도와 자신감, 두려움과 황당함이란 복합된 감정 사이를 헤매지.
사지가 적으로 둘러쌓인 링에서 쓰러지는 것 만큼 쪽팔린 순간은 없어.
최악의 상황에서 휘두를 수 있는 필살기 하나 쯤도 옷깃 아래 감추어 두어야 하지만,
때로는 힘이 남아돌아도 쓰러진 척, 경기장 밖으로 질질 끌려나가는 연기를 할 때를 가늠하는 법도 배워야 해.
빨리 인간이 되고 싶은 요괴인간들과 진정 가슴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스킬,
헛소리를 지껄이면서도 나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 진정 고수의 경지까지도 흉내내야 해.
힘들어요? 하고 누군가 물으면
밥벌인걸요 뭐! 하고 시치미 뚝.
매번 전혀 새로운 인간들을 만나 나를 증명하고 신뢰를 쌓기만도 힘들지만
또 때가 되면 자취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것까지가 기술이야.
멋져보여?
실은 다들 알고 있는 거지? 그 피곤함의 실체를....
오늘, 또 한 번의 보따리를 쌌고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찬바람 맞으며 스스로에게 물었어.
왜 이렇게 사는거야? 별로 즐기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난 그냥 웃어.
떠나기 싫지만
떠나보면 알아.
왜 떠나야 했는지
Posted by youzin | TrackBack
Comments Pyco Iyer의 The Global Soul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Birds in-flight, claims the architecht Vincenzo Volentieri, are not between places, they carry their places with them. We never wonder where they live: they are at home in the sky, in flight. Flight is their way of being in the world." 프리랜서라면 여행이 삶의 방식일수도 있어야.
Posted by 정영철 (2004/01/18) | CommentAll rights should be reserved. But Realty Bites...
Sometimes I also do. Even ENJOY!! ... ^^
mail to youzin: youzin at youzin.com



유진님이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솔직히 안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굳이 드러내어 기억하려 하지 않는 것까지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세심함에는 여러 번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 대다수의 사람 중 하나인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Posted by 김중훈 (2004/01/16) |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