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고석원의 영화 뒤집기라는 블로그에서 하재영이란 배우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여름 향기도 겨울 연가도 애마부인도 애견부인 안 본 나로선 그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분석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이 배우 딱 한 번 어린 시절 나를 떨리도록 감동시킨 적이 있었기에, 잊을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 시절 MBC의 베스트 극장.
시골에서 벌을 치는 처녀치고는 꽤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과시하며 김혜수가 주인공으로 나왔다.
드라마의 도입부엔 아무런 대사가 없었고, 대신 당시 TV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자막이 그녀의 신산한 삶에 대하여 감상적인 몇 줄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그들을 사랑했다' etc., etc., 그런데, 거기서부터 뻑이 갔던 것 갔다. 실은 그 이후에도 TV 드라마에선 좀 파격적으로 드라마 내내 거의 대사가 없다.
줄거린 역시 신파. 공부도 잘하고 글쓰는 재주도 출중한 시골의 한 여자아이가 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공부도 글도 더 못하고 그냥 벌치는 처녀로 고향에 주저앉는다. 한편 재주도 떨어지고 공부도 떨어지는 부자집 친구는 서울로 유학가 십 몇년 후 이쁜 공주가 되어 그녀(김혜수)와 어린 시절 서로 애틋하게 좋아했던 남자를 데리고 나타나 결혼한답시고 고향에 컴백한다.
성장한 남자애가 김진만 이 아니라 조민기였고. 공주도 누군지 이름을 몰라도 기억난다. 김진만과 같이 호랑이 선생님에 나온 앤데. 으..고리짝에 본 건데 한 장면 한 장면 잘도 기억이 나는군. 결혼한다고 잔치 준비하는 쓸데없는 장면까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비가 오방 내리던 날, 서울로 이사 가는 그 남자애가 어린 시절의 김혜수를 애타게 찾아오던 장면도 기억난다. 유진아 이런 건 좀 치우고, 좀 더 쓸모있는 것들을 담아 두면 어떨까?...
Anyway, 하이라이트는 어디냐면...
중간에 그가 차사고로 강물에 빠지는데, 김혜수가 첨벙 하고 강물에 뛰어들어 그의 생명을 구한다. 그런데, 어찌저찌하여 결국 그 남자는 그 공주가 구한 걸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사건이 둘이 결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명백한 인어공주의 모티브인데, 탁한 물 속을 휘젓는 김혜수의 몸매가 멋졌다. 그 표정의 진지함은 김혜수 연기의 새로운 차원을 입증했다.
여기서 하재영은 몇 번 등장하지도 않는 신비의 사나이로 개를 끌고 딱 한 번 나타났다 사라진다. 구체적으로, 김혜수가 동네 아낙들과 냇가에서 빨래를 할 때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이 흉흉했고,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다지 삐리리한 분위기는 없었는데.
그런데, 저 인어공주 사건과 서글프디 서글픈 결혼식 장면 후 드라마도 후반을 향해 치달아갈 즈음, 뜬금없이 저 두 사람이 무슨 헛간 (혹은 클리쉐스럽게 어디 물레방아??) 같은 데서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때 김혜수가 이 아저씨(하재영)에게 안겨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독히도 고독하고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별 말도 없이 그렇게 서로의 육체에 의지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맨 마지막엔 그 사람마저 도둑으로 몰려 잡혀간다. 사람들은 다들 모여 웅성웅성 그를 욕한다. 그럴 줄 알았지...물론 그는 범인이 아니었고 그의 알리바이가 되어 줄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조차 못하고 그렇게 무기력하게 그를 저 멀리로 보낸다. 드라마는 그녀의 빈 손에 쥔 지푸라기마저 빼앗고 잔인하게 끝을 맺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엔딩이었다. 왜, 왜, 왜.....................저것마저 앗아가는거지. 저 아무 것도 아닌 허무하고 쓸쓸한 것 마저. 그녀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떠나보내야 한다. 꿈이고 친구고 애인이고 지푸라기고.
그렇게 만든 나쁜 PD가 바로 황인뢰라는 사람이다.
베티블루를 책으로 보면 (정확친 않지만) 이런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생이 나에게 등돌린 것을 알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요. 그래서 내가 그걸 확인하려면, 그냥 뭔가를 바래 보기만 하면 된다는 걸 알잖아요."
지금껏 한 번도 그 드라마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한 기억이 없다. 이상하게도 내 주위엔 이걸 본 사람이 없어서...
아 그런데 하재영은 거기서는 아빠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말없고 미스테리한 연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석원님이 분석하신 하재영이란 이 묘한 배우의 스테레오타입은 거의 정확한 것 같다. 어쨌든 저런 우렁서방같은 남자에게 여자는 드라마 속에서나마 조금은 끌리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늘 저런 캐릭터가 어디에선간 필요해서 저 배우도 근근히 배우로 먹고 사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 이후로 이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 미스테리한 ('아빠'가 아닌) '연인'으로 그 사람을 머리 속에 집어넣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는 슬프도록 분명한데, 사랑할 수가 없다. 다 빼앗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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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아아아아..
역시 언니는 알고 있었어.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그것두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맞아 그 친구는 신윤정. 그 이름이 왜 그리 가물가물하던지...
그게 80년대 말이었어? 대략 유진이가 고등어때야. 하하하 그 어릴 적에도 역시 유진이는 고독의 감성에 매료되었었군. 전혀 의도한 바 없었던 이 지독한 일관성이 고저 놀라울 뿐이야.
그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난 소는 결혼식날 없어진거고, 바로 그 날 그는 김혜수랑 같이 있었던 설정으로, 그래서 김혜수가 알리바이가 될 수도 있었건만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으로 인해 차마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어. (대략 십 몇년전의 기억이라 가물거리긴 하지만^^)
나서서 오해를 풀어줄 수도 있지만, 소를 훔쳤건 말건 이미 그는 모두들에게 수상하고 왠지 기분 나쁘고 무슨 빌미를 잡아서라도 마을에서 쫓아내고 싶은 놈으로 찍혀 있었으니.
김혜수 역시 그 산골 촌구석이 좌절스럽지만, 그 마을에서조차 버림을 받아버리면 정말 이 세상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져 버리게 되는 거니까. 언니 말대로 김혜수는 처음부터 역시 그가 지푸라기인 줄 알고 잡았던 거고, 결국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 뿐이니까...그녀는 그 좁은 동네에 갇혀 팔다리 모두 퇴화되어 한 발짝도 더 떼어 놓을 수가 없었던거야.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슬픈 본능만이 꿈틀거릴 뿐...
이쯤되니 정말 언니랑 다시 한 번 드라마 돌려보며 진상을 파악해 보고 싶어지는군. 어떻게 카피 하나 구할 수 없을까? (아 MBC 미디어사업부 그런데서 공식 구매도 가능할 지 몰라. 알아봐야지..)
"근본도 모르는 떠돌이한테라도 몸과 마음을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산골처녀 김혜수는 외로웠던 거야."
정말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
황인뢰 PD에겐 특별한 것이 있지만, 영화 쪽에 진출해 꽃을 든 남잔지 몬지를 망쳐버리고 이후론 영 힘을 못 쓰는 느낌이야. 그 역시 늙어가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감성을 TV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
아아..그래두 정말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었군. 그것도 써니언니가. 언니~~~!!
Posted by 유진 (2003/10/08) | Comment위의 멘트들과 어울리지않는 얘기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드라마 내내 대사가 적은 거. 특히 김혜수에게는, 김혜수에게는...더할 나위없이 다행이다..꺅꺅.
Posted by lulu (2003/10/09) | Comment정말 기억에 남는 드라마... 사실 황인뢰에 대한 모든 신뢰는 이 드라마 하나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다시 보고 싶군요. DVD같은 걸로 나올 리는 없을테고, 어디서 재방송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김혜수는 이 작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었죠. 그 이후 언젠가부터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이기 시작하더니 실망스런 모습을... 그래도 능력이 아주 없는 배우는 아니기에 언젠가는 진짜 괜찮은 연기를 보일 거라고 약간의 기대를 남겨놓고 있음.
Posted by 김도연 (2003/10/12) | Comment이 드라마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마음이 찡해오네요. 저는 베스트극장을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는데도, 이 드라마는 두번이나 봤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에 정말 마음이 싸아~했죠. 황인뢰씨 연출이었군요.
김혜수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소외되어 초라하고 외로움에 지친 김혜수의 모습은 정말 이제는 상상하기도 힘들죠.
다른 분들이 언급을 안하신 듯한데, 김혜수가 구해줬으나 끝내 모르고 떠나버린 그 남자 역은 김민기였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유명하지 않을 때라서 누군지도 몰랐는데, 재방영해 줄때는 눈에 팍 들어오더군요. 근데 웃긴 건 그 남자가 물에 빠지게 된 것도 김혜수 때문이잖아요. 운전하면서 백미러로 김혜수 뒷모습 바라보다가 잘못해서 풍덩...
그리고 저도 마지막에 그 남자가 소를 훔친 것으로 기억하고요, 그때 김혜수랑 도망쳐서 살기위해 그랬던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이건 극중에서 설명이 됐는지 확실치 않네요.
아 조민기였구나요. 이런이런 수정했어요. ^^
정말 이 드라마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니 감동스럴 뿐이예요.
그러고 보니 김혜수와 떠나기 위해 소를 훔쳤다...그런 것도 같고요.
이거 진짜, 다시 구해서 진상 파악하는 수 밖에 없다니까.
제가 한 카피 구해서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 벙개라도 함 칠까요?
아 근데 KD Lang도 좋아하세요?
저는 연어알이란 영화를 느무느무 좋아했드랬어요. VHS로나마 카피도 하나 떠둘 정도로..
거기에 Barefoot라는 노래 나오잖아요.
이상하게 비슷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을 여기서 많이 만나게 돼요.
연어알... 여주인공이 개썰매 뒤에 엉거주춤 선 자세로
알래스카 마을의 흰눈길을 막 달려가던 장면에서
바로 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지?
뭐랄까 참 신산한 느낌이었어.
곱씹어 볼수록 만만치 않은 주제와 삶의 엄청난 비밀들이 담겨져
있는 영화지만, 그 어떤 말보다도 연어알이란 영화를 제일 잘 표현해주는 건 캐이디랭의 그 노래일 거야.
음악하는 후배한테 부탁해서 씨디까지 얻었는데
근데 그게 그때 그 느낌이 아니더라구. O.S.T가 아니어서... O.S.T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아무래도 언니랑 나랑 무슨 동호회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비슷한 추억을 먹고 사는 여인네들의 모임 같은거..^^
그 때 KD 랭이 굳이 굳이 그 여자를 지가 끄는 썰매에 태워가잖어.
흰눈과 대비되는 새빨간 입술이 너무 인상적이었지.
피하고 피하다 주저하며 탔지만,
그 썰매 위에서 그 여자는 무엇인가에 구원받고 안도한 듯한 표정을 보여주었어.
나도 썰매타고 싶다아~..
Posted by 유진 (2003/10/14) | Comment유진님, 제 아이디를 보고 알아보는 사람은 열이면 열 여자분이더군요. 그것도 참 재미있어요. 연어알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썰매타는 장면은 몇 번씩 돌려 보곤 했고요. 참 멋진 사람이죠. [미드나잇 가든]이라고,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괜찮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그 영화 속에서도 k.d. lang 노래(제목:skylark)를 들을 수 있어요. 제가 이 ost를 통해 k.d. lang의 세계에 입문했지요. 그나저나 드라마 테입 구하시면 정말로 번개 한 번 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sunny님, 제가 연어알 ost의 barefoot을 rm file로 갖고 있는데, 음반으로 나온 노래와 들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필요하시면 메일로 보내드리든지 할게요. 파일 크기가 크지 않으니 어렵지 않을 거에요.
그렇담 KD Lang...여자 꼬시기 좋은 아이디네요.
'토마스'도 그런데.. ^^
RM 파일 저도 보내주세요. youzin@youzin.com
파일 크기 보다 요새 별로 안 쓰는 리얼 플레이어를 구하는 게
더 문제같다는...
kdlang 님, 노래파일 잘 받았습니다.
제가 며칠 들르지 못한 동안
유진님이 먼저 받아서 저한테도 보내주셨더군요.(땡큐 유진!)
kdlang 님 감사! 잘듣겠습니다!!
언니!
내가 보낸 게 아니구 kdlang님이 보내신거야.
나랑 언니한테 같이 첨부해서 보내셨드라구.
저도 고맙습니다. kdlang님! 듣다가 가슴이 시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
Posted by 유진 (2003/10/20) | Comment아..이 드라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군요. 이 드라마, 모든것이 베스트였죠.. 만든 이들 모두에게 최고의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감동스러워서 크레딧을 외웠었는데..이젠 가물 가물 하네요. 전 특히나 송병준씨의 음악이 감동스러웠습니다.
Posted by funky4you (2006/02/01) | CommentAll rights should be reserved. But Realty Bites...
Sometimes I also do. Even ENJOY!! ... ^^
mail to youzin: youzin at youzin.com



팔십년대말 주찬옥극본 황인뢰연출... 김혜수가 구한 남자를
가로채가는 친구는 아마도 신윤정이 아니었나 싶네.
내가 기억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라고 제목만 입술로 달싹여보아도 가슴이 서늘해지는...참 괜찮은 드라마였지.
근데 마지막 시퀀스 말야... 하재영이 소도둑으로 누명을 쓴 게 아니라 진짜 도둑이었던 거 아닌가??
물론 도둑질하는 장면은 결코 없었고,
그저 하재영이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장면 + 사람들이 "동네 소들이 자꾸 없어진다 했더니만..."하며 수군대는 장면 뿐이었으니까, 그가 진짜 도둑질을 했는지, 아님 유진 말대로 단지 누명을썼을 뿐인지 시원하게 밝혀주지도 않은채 드라마는 끝이나 버리지만.
내 생각엔, 그 드라마에서 하재영의 모습은
철저하게 주인공여자(김혜수)의 시각에서만 표현된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마을길에서 잠깐 스쳐갈 때나, 헛간에서 단둘이 있을 때나 오로지 고독+우수->미스테리... 그렇게만 보여졌던 거지.
그렇다고 해도,
설마, 그렇게 한심한 인간하고 사랑(?)했겠냐고? 그 근사한 드라마가 끝까지 그렇게 후줄근한 신파에 불과했겠냐고 반문하고 싶겠지?...
근본도 모르는 떠돌이한테라도 몸과 마음을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산골처녀 김혜수는 외로웠던 거야. 그래서 그녀는 희망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아니 오히려 철저하게 희망이 없는
사랑을 택한 거지. 특별한 의미도 두지 않고, 마음에 너무 많이 담아두지도 않는 (담아둘 수도 없는) 떠돌이하고의 며칠밤..
물론 그가 도둑이라고까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처음부터 어떤 기대나 바램 같은 거 하나도 없이 만났을 거야. 처음부터 '지푸라기'인 줄은 알고 잡아봤던 거지...
왜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그게 삶이니까...
그건 그렇다쳐도
아무렴 하재영이, 그렇게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 남자가,
쪼잔하게시리 도둑질 같은 걸 했겠느냐고?...글쎄 김혜수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거라니까!
나는 바로 거기에, 이 드라마의 페이소스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김혜수가 구해낸 남자를 친구 신윤정이 가로채갔다는, 그런 상투적인 에피소드에서는 결코 찾아보기 힘든 페이소스....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그만큼 접근해있는 대중문화작품이 몇이나 될까? 근데 이건 황인뢰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몇 가지 주제 중 하나야. 몇 해전에 나온 '고독의 기원'이란 드라마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지.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말이지...
나와 유진이 이런 식으로 엔딩시퀀스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다르게 한대도, 그 엔딩이 주는 충격과 여운, 나아가 작품 전체의 주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야. 진짜 대단하지?! 그래서 '황인뢰표 드라마!'라면
우리는 아직도 뭔가 잊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보게 되는데,
어째 요즘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 이상의 것은 보기 힘든 거 같더라.
이쯤 되니까 그때 그 드라마, 진짜 다시 보고 싶어진다.
Posted by sunny (2003/10/08) | Comment방송당시에 하도 맘에 들어서 대본 한권 구해 꼬불쳐뒀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안나오네. 나의 몇 안되는 애장대본 중 하나인데.요즘 우리집 창고방 상태가 꼭 내 머릿속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