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저컨설팅그룹(UCG)의 김중훈 팀장. 2003.9.19
2001.10월 나눔기술을 퇴사했다.
웹기획자로서 일한 지 3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그 때 난 웹기획자로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처음으로 부딪치게 되었다.
난 뭘 하는 사람이지? 앞으로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지?
그냥 그냥 남의 사이트 베껴 스토리보드나 그리고, 서비스나 만들고 하는 일에 대해 벽을 느꼈다.
이것만 해서는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달라질 게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이었다.
경력이 쌓일 수록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웹기획의 부가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갈 곳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창 일에 물이 오른데다가, 운좋게도 아이비즈넷 컬럼으로 업계에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던 때라서
오라는 곳들은 꽤 있었다.
-외국계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인터넷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의 UI 설계자
-에이전시의 인포메이션 아키텍트
-대형 포털의 웹PD
-대기업의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
(결론적으론 아무 데도 안 갔다. 그리고 주변에 좋은 일만 실컷 시켰다.
나에게 제안 온 자리 주변에 넘겨주기. 한 때 HR 회사를 차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밥 한 끼 사는 인간이 없다.
이거 보고 찔리는 이들은 언넝 유진이에게 연락하시도록)
재미있는 것은 내가 제안받은 자리들, 내가 해야 할 일들에서 별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웹기획 경력이라는 것은 어중이 떠중이 많은 영역을 포괄했던 것이다.
어느 날은 인터넷 마케팅, 어느 날은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자, 어느 날은 서비스 기획자...
적응이 안 됐다.
이 중에 뭘 해야 나중에 비젼있을까? 뭘 해야 내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까?
알지도 못하는 인터넷 마케팅 자리에 굳이 인터뷰까지 갔던 이유는 오직 하나.
마케팅이라는 것이 왠지 해 두면 비전있을 것 같아서였다.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선 이런 뜻을 밝힌 적도 있다.
혜성이나 체리나 수화는 기억이 나는 지 모르겠다...강남에서 만나 술먹었을 때.
'이제 더 이상 웹에서 하는 서비스 기획을 깨작거리는 건 재미없다.
사업 전체에 대한 온라인 전략을 실현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와 강력하게 묶인 기획일을 해 보고 싶다'
웹기획은 결국 사업기획으로 이어진다는 당시의 잠정 결론에서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은데, 상황은 점점 더 대책이 없어진다.
그러다 웹디자인도 조금 배우게 됐고, 프로그래밍도 깨알만큼 건드려 보았다.
여전히 이 두 분야완 별로 친하지 않지만,
이 공부들을 하면서 나는 사이트의 내부 구조에 대한 여러가지 다른 관점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알게 되니,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잘 하고 싶어져서 한 때는 또 내가 이 분야의 '쟁이'가 되어보리라...결심도 해봤다.
조금은 제프리 젤드만 아저씨 처럼. (디자이너라는 것만 빼고)
마침 '인포메이션 아키텍쳐(IA)'라는 분야를 알게 되어,
왓 이거(IA→어려운 영어)면 나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되겠군..이라는 얄팍한 생각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리라 그러면서, 모 대학원의 입학 인터뷰에서 IA를 전문으로 해 보고 싶다는 소견을 피력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학교에서 그 공부라니...말도 안 돼는 소리였다. 결국 붙어놓고도 안 갔다)
국내 최고의 인포메이션 아키텍트 정유진. (우~~~)
'이런 타이틀이면 왠지 대학 교수 자리도 하나 쉽게 따낼 수 있을 것 같은데!' -_-;;;;
(사실 지금도 괜히 잘난 척 하고 싶은 자리에 갔을 때,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혹시 아실런지 모르겠는데요...인포메이션 아키텍트'라고 답한다. ㅋㅋ)
스티브 크룩의 책을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그 때는 또 유저빌리티 전문가가 되어 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의 스티브 크룩 정유진 (우~~~)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Interaction Design 내지는 Communication Design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은 아직까지도 꿈으로 남아 있다.
(입학 허가 받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 1년에 7,8천은 들겠더라..)
컨텐츠 관련 컬럼을 오래 써왔기 때문에 전문가 취급 받으며 관련된 자리에 이리저리 불려다니다 보니
어쩐지 정말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여, '컨텐츠 비즈니스 컨설턴트'라는 그럴 듯한 네이밍도 만들어 봤다.
(개나 소나 다 컨설턴트란다)
여하튼 온갖 오도방정맞은 생각이란 생각들은 A부터 Z까지 한개도 안 빼놓고 빠짐없이 다 해 본 것 같다.
그리하여 지금 나의 결론은 무엇이냐.
그 결론이 바로 내 책의 기본 컨셉이다.
내 책은 컨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개인화로 이어지는 웹의 내용적인 부분에서
IA, 유저빌리티, 유저 인터페이스, 마케팅, 웹카피 까지를 포함하는 온갖 것 다 버무려 놓은 비빔밥이다.
어느 하나 만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으므로,
각 분야별 관점에서 보면 내 책의 전문성은 그야말로 전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 웹기획'의 현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웹기획이 포함하는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사는 것은 포기했다.
UI 전문 엔지니어나 유저빌리티 전문가가 되어 그것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왜? 그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설득하다가도 번번히 시장에서 깨졌기 때문이다.
해외(미국)의 경우, 기획이란 분야만 해도 인포메이션 아키텍트와 유저빌리티 전문가, 컨텐츠 기획,
인터랙션 디자이너의 영역이 모두 세분화 되어 있다.
미국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각 분야의 전문 가치를 인정하기에 이런 업종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하나면 잘 해서는 국내 시장은 달가와하지 않는다.
한국의 IT 시장이 웹기획이란 것에서 바라는 것은 그 모든 것의 합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이지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은 아니라는 사실을 수많은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유저빌리티나 UI의 중요성을 말해 보았자, 잘 안 먹혀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전략 기획'이란 단어를 꺼내면, 갑자기 듣는 이의 귀가 쫑긋 서는 게 눈에 보인다.
작업에 대한 금액의 수준도 갑자기 달라진다.
유저빌리티 운운하면 100원 받을 거, 사업으로 접근하면 500원 받을 수 있다.
무슨 얘기하려다가 이리 서론이 길어져 버렸을까나.
어제 UCG(User Consulting Group)의 김중훈 팀장님을 만났다.
팀인터페이스는 모두 아시겠지...
국내 최초의 UI전문 회사로 제이콥 닐슨의 컬럼을 소개하며 국내 UI 시장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하고 있는?
어쨌든 UI란 것의 중요성을 그나마 국내에 많이 유포시킨 장본인이다.
UCG는 팀인터페이스 팀 중 몇몇이 따로 살림을 내 차린 User Experience 전문 회사.
비즈니스 목표에 맞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
당연한 것인데, 그걸 '제대로 하는 것'이 진짜 목표란다.
고작해야 차 한 잔 마시며 두어 시간의 대화.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웹사이트 개발에 있어서의 '제대로 작업'에 대해 열혈 공감하며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리서치 단계 -비즈니스 니드와 유저 니드의 파악이라는 작업의 중요성. 서로의 방법론.
국내 UI시장의 현황, 기존 전문 UI 업체들의 허와 실, 유저 경험의 가치 등...
김팀장님은 에이전시의 성공 기준은 '클라이언트의 성공'이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웹사이트에서의 비즈니스 목표를 도출해 클라이언트와 합의하고,
이것을 다시 유저 니드와 결합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내가 긴 얘기를 줄여놔서 너무 당연한 말이 되었는데,
굉장히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걸 각종 부가 설명들과 함께 들으면 느낌이 확 다르다)
나는 UCG같은 회사가 힘과 권위, 전문성을 갖추고
유저 경험의 가치를 클라이언트 나아가 시장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찔렸다.
나는 애렵다고 포기하고 안 하는 걸 해 달라고 요구하는 셈이니.
나는 클라이언트를 설득은 안 하고, (더 정확히는 설득은 다른 걸로 하고)
대신 기획할 때 최선을 다해 이런 부분들을 나 혼자라도 해 내려고 애쓰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을 클라이언트가 몰라준다 해도,
(쓰고 보니 좀 멍청한 짓 같기도 하다)
그것 가지고 실갱이 할 시간에 일단 쉽게 컨센서스 할 수 있는 부분들(비즈니스, 전략)에서 신뢰를 얻은 후
그 다음에 네비게이션 설계니 UI, 사용자 파악이니 하는 얘기들을 꺼낸다.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는 듯이.
(실은 되게 고심끝에 밷은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작업 환경에서 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난 전부 다는 아니지만, 단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는 입장이고
그 할 수 있는 몇 가지 것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독고다이 프리랜서로 이 정도면 훌륭해...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위로일 뿐이다. 이 역시 '더 나은 제대로'는 아닌 것이다. 임시 방패막이일 뿐.
UCG는 그 '제대로'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승부를 걸겠다고 한다.
앞으로 UCG는 그 내공을 가지고 영업을 나가 프로젝트도 수주해야 하고,
경쟁 PT에서 경쟁 업체와 우위를 다투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내가 몇 년 전 부딪쳤던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여러 가지 길이 있었지만, 그 중엔 UCG가 선택한 길도 있었다.
매우 매력적이고 이 한 몸 바쳐보고픈 길이었지만, 시장성 없다라는 뺀질이 결론으로
난 지금 이런 책을 냈고, 이런 길을 취하고 있다.
그것을 하고자 결정한 이들, 내가 포기한 전문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의미있는 결과들을 내고 그래서 그 결과가 업계의 중요한 목소리로 인정받게 된다면
정말로 그들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몇 달 후에 김중훈 팀장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원론에서 좀 더 나아간 더 풍성해진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내가 느꼈던 벽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난 여전히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아무런 후회가 없다.
(한국의 IT 시장은 '한국의 스티브 크룩'을 한 명 잃었을지 몰라도. ^^;;)
이런 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한 가지다.
여러 개를 동시에 하면서 각 분야를 천천히나마 동시 다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것.
공부하러 가야지...휘릭
(이러다 결국 축구 본다 사실 난 코미디 작가나 축구 저널리스트가 되고프다 ㅠ.ㅠ)
Comments 특히 하는 업무가 너무도 마음에 드네요.
제가 평소에 많이 하는 업무라 업무 습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을 것 같구요.
일단 구녕이님이 합류하신다면, 그 얼굴만 보고 있어도 상당히 많은 업무가 해결될 것 같네요.
(블로그에서 사진 봤어요^^)
음.. 공감가는 내용이 약간..있습니다.
저두, 십년이나 코딩을 했는데, 뭔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려지긴 했지만, 널리 이름을 퍼뜨릴 정도는 안되었고..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좀 막막하고..
음.. 까짓 한동안 백수짓좀 더 하려고 하는 중이긴 한데..
흠흠흠...
웹기획자.무선서비스기획자.프로젝트매니저.UI컨설턴트.이바닥 생활 만 3년을 조금 넘긴 내가 선택할수 있었던 길들중에 최종 선택하게 된건 좀 웃긴데,안할꺼라던 웹기획.그것도 정말 일반 유저들이 드글드글한 서비스 기획.그들이 즐겁게 놀 마당을 만들어야 하는일.지금은 기대반.두려움반인데.사실 기대가 조금 더 되네 ㅎㅎ 각오는 이바닥에 뼈를 묻는일.더이상 나의 정체에 대한 혼란과 미련은 버리고.그냥 해야 할일만 쭉~하려고 해요.^^
Posted by 체리 (2003/09/21) | Comment처음에는 웹기획이라는 이름에서 전문성이 느껴졌었죠. 웹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라는 간판보다는요..(앗.. 죄송 =,.=)
저와 잘 맞을 거라는 자기합리화도 한 몫을 했지만요..
처음에 웹마스터로 시작해서, 웹프로그래머를 거치고, 지금 회사에서 한 7개월 전에 웹기획이라는 간판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사이트 하나 구축하지 못했지만.. 약간 겁이 나요..
웹기획은 머리속으로 많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거의 하는 일은 노가다 수준의 일이고.. 최소한 회사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일을 한다는 인식을 주고 싶은데.. 작은 회사라 그런지 아직 잡일 하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유진님의 글처럼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나름대로 정의해주시니.. 저도 한번 그렇게 해볼라구요..
사실 요즘 누가 날 끌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길이야~~ 라고.. ㅠ.ㅠ
Posted by jely (2003/09/22) | Comment제 말 너무 믿지 마세요. jely님^^
체리는 어디로 갔는지 멜 좀 보내라니까 되게 말 안 듣는구나.
이 늙은 언니가 먼저 멜 쏘리? 근데 니가 컨설턴트씩이나 했니? 내가 하는 프로젝트도 컨설팅 좀 해줘. ok?
jinto님. 원하시는 일 꼭 이루세요. 그 과정에서 제일 힘든 건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 그걸 아는 것이드라구요.
Posted by 유진 (2003/09/23) | Comment안녕하셨어요, 정유진씨.
어제 인사나 남기려고 들어왔다가 제 사진을 보고 화들짝 놀래서 그냥 나갔내요. ^^;
미루는 성격이 아니시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글을 올리시다니..
목요일은 여러가지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만나뵐려고 했습니다만, 실제로 상당히 많은 걸 배웠습니다. ^^;
저희 회사에 대해서 많은 기대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체리"님 말씀처럼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럼 자주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아차.. 사인해주시면서 강요(?)하셨던 약속은 지켰습니다만, 48시간이 걸린다고 하내요... 그럼 안녕히..
Posted by 김중훈 (2003/09/23) | CommentAll rights should be reserved. But Realty Bites...
Sometimes I also do. Even ENJOY!! ... ^^
mail to youzin: youzin at youzin.com



저하고 "한국놀이문화연구원" 이나 차리죠?
업무는 "놀기" 와 "즐거워하기"
^.~ 찡긋!
Posted by 언캐니 (2003/09/19) | Comment